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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NBC의 올림픽

입력
2018.02.12 15: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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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올림픽 개막 직전 NBC 방송이 대회조직위에 느닷없이 미국 대표팀 개회식 입장 순서를 후반부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선수단 입장은 선두 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경우 주최국 언어표기 순서에 따르는 게 원칙으로, 미국은 포르투갈어 표기 순에 따라 206개국 중 70번째였다. NBC는 미국 시청자들이 자국 선수단 입장 후 채널을 변경할 경우 개막식 시청률 및 광고효과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선제 대응에 나섰던 것이다. 비록 조직위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올림픽의 전통과 원칙도 바꿀 수 있다는 NBC의 오만이 읽히는 대목이다.

▦ 올림픽 주관 방송사 NBC의 ‘갑질’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원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지급하는 막대한 중계권료. NBC는 2000년~2012년 기간 올림픽은 35억달러, 2014년~2020년 올림픽은 43억8,200만달러, 이후 2032년까지는 76억5,000만달러에 중계권을 확보했다. 이는 IOC 전체 중계권료 수입의 절반을 넘는다. 평창동계올림픽 중계권료는 9억6,300만달러(1조464억원)이다.

▦ NBC의 거액 투자에 IOC는 경기 일정도 NBC 입맛에 맞게 조정한다. 평창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피겨는 전체 종목이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2시 전후에 끝난다. 숀 화이트, 클로이 김 등 슈퍼스타가 포진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도 대부분 오전 시간에 치러진다. 경기 일정을 미국 방송 프라임 타임(동부 기준 오후 8시)에 맞췄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시청자들은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선수들은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고충을 겪어야 한다. 경기력 하락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 한 해설자의 일본 식민지배 미화 망언으로 NBC가 비판에 직면했다. 사과 성명을 내고 해설자를 해고했지만 역풍이 거세다. 빗발치는 항의를 모면하려고 한국에서의 NBC 공식 SNS계정 접속을 차단해 화를 더 키웠다. NBC는 평창올림픽 개막 전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 유명 앵커를 보내 북의 입맛과 주문대로 홍보해 미국 내 보수층으로부터도 뭇매를 맞았다. 한일 과거사 문제, 북한의 인권 탄압과 군사적 도발 등 주최국과 관련된 민감 사안에 대한 고려와 배려 없이 상업적 흥행에만 골몰한 결과다. 평창올림픽에서 우리는 상업방송의 민낯을 보고 있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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