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아라뱃길 문서에는 대통령 지시사항도 포함돼 있어”
“업무 연락자료… 의도적 아냐” 해명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관련 기록물 원본을 파기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본기록물에는 2009년 경인 아리뱃길사업 추진과 관련해 대통령(VIP) 지시사항도 포함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수자원공사 기록물 파기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달 18일 한 용역업체 직원이 수자원공사가 기록물을 폐기업체로 반출해 파기하려 한다는 내용을 제보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원본으로 추정되는 407건의 기록물을 선별해 원본기록물 여부와 기록물 폐기절차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점검 결과 확인대상 407건 중 302건은 원본기록물로,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기록물관리를 해야 하는 자료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기록물을 등록하지 않고 기록물 평가심의 절차도 없이 파기대상에 포함시켰다.
국가기록원에 의해 회수된 기록물 302건 안에는 4대강 문건 40건, 경인 아라뱃길사업 문건 15건 등이 포함됐다. 4대강사업 문건으로는 ‘4대강 생태하천조성사업 우선 시행방안 검토요청’ 등 수기결제를 받은 업무문서, ‘수문 수치해석 검증을 위한 워크샵 자문서’, 당시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송부한 기록물 등이 포함됐다.
경인 아라뱃길사업 문서에는 애초 3,289억원이었던 국고보조금을 5,247억원으로 늘려도 1조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서에는 ‘남측 제방도로는 주민접근이 쉽도록 차량 과속방지를 위해 왕복 4차선 대신 2차선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VIP 지시사항도 포함됐다.
또 ‘소수력발전소 특별점검 조치결과 제출’ 등 내부결제를 받은 메모보고와 ‘해수담수화 타당성조사 및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등 내부 수기결제를 받은 결정도 문서로 남아 있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 수자원공사의 기록물 무단파기 시도가 보고됐고 이내용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음에도 수자원공사가 지난달 18일까지 5차례에 걸쳐 기록물 반출과 파기를 반복적으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4차례에 걸쳐 16톤 분량의 기록물이 폐기목록과 심의절차 없이 이미 파기되기도 했다. 기록원측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수자원공사의 기록물 파기 관련 확인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수자원공사가)위법행위를 알고 기록물을 파기했어도 문제고 몰랐어도 문제”라며 “국토부 감사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지적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문서를 의도적, 조직적으로 무단파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어 “4대강 관련 자료는 주요 정책결정이나 공사현황 등 민감한 사항이 아닌 조경이나 소수력 공사 등 현황 파악을 위한 업무 연락자료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