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담보다 집값 상승 기대감
규제 집중 강남 피해서 수요 몰려
1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2,036가구의 한가람아파트엔 인터넷에 등록된 매물이 단 한 건도 없었다. 1,021가구인 마포구 도화동 현대1차 아파트도 소형 평형대는 매물이 딱 한 건이었다. 3,885가구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는 매월 40~50개의 매물이 나왔는데 올해 들어 나온 매물은 10개도 안 된다”며 “옥상층과 평수가 넓어 가격대가 높은 ‘특수물량’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물이 없어 부근 중개사들도 거의 백수 신세”라고 푸념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의 매물 실종 현상이 강북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4월1일)가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당초 정부 기대 대로 매물이 늘어나긴커녕 오히려 품귀 현상만 더 심해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거 매물을 내놓는 대신 집값 추가 상승을 예상하며 물건을 걷어 들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 주택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매매수급동향지수 서울 전체 평균은 전달보다 13.7이 오른 127.0을 기록했다. 매매수급동향지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같을 때를 기준선 100으로 놓고 100보다 수치가 높아질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서울 강북이 128.5를 기록, 강남(125.4)보다 더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과 각종 세무조사 등 규제가 집중되고 있는 강남을 피해 강북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마포ㆍ용산ㆍ성동구는 물론 서대문ㆍ양천구 등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용산구의 경우 지난해 6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406건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엔 179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7월 530건이 거래된 서대문구도 11월과 12월엔 평균 241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매물 품귀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세 부담을 앞서기 때문이다. 4월부터 2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0%)에 10%포인트가, 3주택자 이상은 기본세율에 20%포인트가 가산세로 붙는다. 3주택자가 3억원의 양도차익(5억원에 매수, 8억원에 매도)을 거둔 경우 지금은 양도소득세를 6,000만원만 내면 되지만 4월 이후엔 6,000만원이나 많은 1억2,000만원의 중과된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이 분석한 2016년 서울 주택 양도 차익은 1건당 평균 2억1,558만원이었다. 2014년의 평균 양도 차익은 1억4,915만원이었다. 2년만에 양도 차익이 7,000만원이나 커진 만큼 집주인 입장에선 당장 주택을 팔아 아낄 수 있는 세금보다 집값 상승분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