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난카이(南海) 트로프(해저협곡)’ 거대 지진의 발생 확률을 기존 70%에서 최대 80%로 인상했다. 향후 30년내 이 지역에서 리히터 기준 규모 8~9의 강진이 일어날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큰 재난이 닥칠 확률을 숫자로 명확히 밝히면 괜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지만, 미리미리 대비한다는 게 일본식 접근 방식이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는 매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전국의 지진발생 확률을 공표하는데, 지난 9일 난카이 지진 가능성을 기존 70%에서 ‘70~8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난카이 트로프는 시즈오카(靜岡)현 쓰루가만에서 규슈(九州) 동쪽 태평양 연안 사이 깊이 4,000m 해저 봉우리와 협곡지대를 지칭한다. ‘수도직하지진’(首都直下地震ㆍ진원이 도쿄 바로 밑에 있는 지진)과 함께 현재 일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진이다. 수도직하지진이 도쿄를 강타해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면, 난카이 지진은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로 태평양 연안 일본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기는 대재앙이 우려된다.
도쿄대ㆍ나고야대 연구팀에 따르면 난카이에서 규모 9.0 지진이 닥치면 최대 145만여 가구가 고향을 떠나야 하는 ‘광역피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피난 가구가 33만가구였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쓰나미가 해안을 직접 덮칠 때까지 보통 25분 정도 여유가 있다는 통계지만 난카이 지진의 경우 5분만에도 10m 높이 쓰나미가 시즈오카현에 들이닥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일본 정부는 다만 이번 확률 수치조정은 특별한 변화가 아닌 시간경과에 따른 수치의 갱신이라고 설명했다. 난카이 지진은 대략 100~150년마다 규모 8정도 해저 지진이 발생해 평균 발생간격을 88.2년으로 가정하고 있다. 2013년까지 정부 발표는 확률 60~70%였지만, 가장 최근인 1944년(규모 7.9)과 1946년(규모 8.0)이후 70년 이상 잠잠한 상황인 만큼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정부조사위원장인 히라타 나오시(平田直) 도쿄대 교수도 기자회견에서 “30년 이내라는 것은, 30년 후라는 뜻이 아니고 내일 아침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라며 “다음 지진이 임박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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