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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석의 성경 '속' 이야기] 이웃에 고통 주며 모은 재산 내놓은 삭개오… 회개란 행동이다

입력
2018.02.10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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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바꿔줄 꾸짖음 기대하며

뽕나무 올라가 예수 기다렸더니

“오늘 네 집서 묵겠다” 예상밖 말씀

삭개오, 재산 절반 가난한 이에게

말 아닌 행동으로 회개해 구원받아

루마니아 정교회에 남아 있는 삭개오 그림. 뽕나무 위에 있는 작은 삭개오와 예수와의 만남을 묘사하고 있다. 삭개오는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으로 회개하고 싶어했다.
루마니아 정교회에 남아 있는 삭개오 그림. 뽕나무 위에 있는 작은 삭개오와 예수와의 만남을 묘사하고 있다. 삭개오는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으로 회개하고 싶어했다.

삭개오는 부자지만 떳떳하지 못한 자였다. 복음서는 그가 ‘키 작은’ 남자라고 희화화하고 있다. “삭개오라고 하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세관장이고, 부자였다. 삭개오는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고 애썼으나, 무리에게 가려서, 예수를 볼 수 없었다. 그가 키가 작기 때문이었다.”(누가복음 19:2-3)

부자였던 이유를 그는 남에게 솔직히 털어놓기 어려웠다. 이웃이 열심히 일해서 벌어 놓으면, 몰인정하게 뜯어가 나라에 바쳤고 부당하게 착취하여 자기 배를 불렸기 때문이다. 땀 흘려 일한 국민은 불의와 가난에 눈물을 삼켰지만, 그 덕에 자신은 잘 먹고 좋은 집에 살았다. 법도, 나라도 그를 정죄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를 ‘죄인’이라고 불렀다. “모두 수군거리며 말하였다. 그(예수)가 죄인의 집에 묵으려고 들어갔다.”(19:7)

탐욕스런 삭개오, 예수를 기다리다

예수가 온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러나 삭개오는 큰 맘 먹고 나가야 했다. 옆집 사는 사람도 그를 싫어했기에 그들 사이에 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예수를 만나면 그에게 썩 좋을 일이 없다. 예수는 당시에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시면서 자기 같은 기득권자들을 어지간히도 신랄하게 비판하셨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로부터 욕까지 들었다.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악한데, 어떻게 선한 것을 말할 수 있겠느냐? 마음에 가득 찬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마태복음 12:34)

삭개오는 세관장으로서 국민들의 혈세를 뜯던 세리들의 우두머리였기에, 예수로부터 들을 험한 말은 이미 예약해놓은 셈이다. 하지만 삭개오는 예수를 찾았다. “그래서 그는 예수를 보려고 앞서 달려가서, 뽕나무에 올라갔다. 예수께서 거기를 지나가실 것이기 때문이었다.”(누가복음 19:4) 예수가 자기를 보고 차라리 쌍욕이라도 시원스럽게 해 주길 바랐던 걸까?

삭개오는 부자이지만 ‘키가 작았다’. 복음서가 굳이 그의 작은 키를 강조하는 것은, 단지 그의 신체 사이즈를 알리려는 것만은 아니다. 잘 살았지만 뭔가 ‘뻘쭘한’,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문학적 기교이기도 하다. 좋은 집에 살았지만 자기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모든 걸 다 가진 듯 했지만, 그의 마음은 가난했었다. 키 작은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까 죄송하다. 키가 작다고 다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니고, 키가 작아도 당당할 수 있다. 나도 당당한 대머리다!

삭개오에게는 돈과 권력의 냉랭한 역학만이 자기 인생의 내비게이션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그도 믿지 않았다. 행복했을까? 더 이상 그 공허함을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마을 사람들 앞에서 된통 망신을 당하든 말든,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어 버릴 그 순간을 삭개오는 연출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선생 예수의 벼락같은 지적을 핑계 삼아, 삭개오는 새롭게 살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예수, 삭개오의 집에 머물다

뽕나무에 올라가 있었으니 예수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한 소리 듣고 놀라서 나무에서 떨어질까 봐 가지를 꼭 붙들고 있는데, 정말 놀랄 말을 예수로부터 들었다.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묵어야 하겠다.”(19:5)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삭개오는 쓴소리를 듣고 얼굴이 붉어져 있고, 예수는 한 말씀하시고는 그 자리를 지나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향했어야 했다. 하지만 “삭개오는 얼른 내려와서, 기뻐하면서 예수를 모셔 들였다.”(19:6-7)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서, 모두 수군거리며 말하였다. 그가 죄인의 집에 묵으려고 들어갔다.” 그래서 삭개오는 더 기뻤다.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던 이웃들 앞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한 말씀 따끔하게 들으리라 생각했는데, 한 밤을 계속해서 자기와 함께 있겠다는 것이다.

예수로부터 한 마디 말씀도 듣기 전에, 삭개오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삭개오가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19:8) 삭개오는 이미 작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선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왔다. 삭개오는 인생 전환의 순간을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찾은 것이며, 예수는 뽕나무에 올라가 있던 ‘키 작은’ 세관장의 가난한 마음을 읽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자기 삶을 뒤집어버린 삭개오가 놀라왔다면, 그 다음 예수의 대답은 더 놀랍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19:9-10) ‘구원(救援ㆍsalvation)’의 말뜻은 ‘사람을 어려움에서 구하여 주는 것’이다. 성경과 기독교의 핵심 신학이며 ‘인간을 죄악으로부터 건져내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교회에 다니는 그리스도인들은 입버릇처럼 자신이 구원을 받았다라고 말하는 것이며, 거리의 전도자들 또한 구원받으라고 외치는 것이다. 구원받는다는 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요르단 계곡 여리고에 있는 지금의 '삭개오 나무'. 실제 삭개오 나무라기 보다는 성지순례용 관광상품에 가깝다.
요르단 계곡 여리고에 있는 지금의 '삭개오 나무'. 실제 삭개오 나무라기 보다는 성지순례용 관광상품에 가깝다.

눈물 흘리는 간증은 회개가 아니다

죄인이었던 삭개오가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던 것은, 자기 삶의 방향을 전적으로 뒤바꿨을 때였다. 이런 변화를 교회에서는 흔히 ‘회개(悔改)’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며 목소리 높여 찬송을 부르고,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며 눈물 흘리고 교회에서 간증하는 것이 참 회개가 아니다. 회개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삭개오처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삭개오는 자기 죄의 대가를 철저히 치렀다. 말과 기도로만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지 않고, 사람들이 용서해 줄 수 있을 만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며 자신의 부를 축척했기에,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돌려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당하게 남의 것을 취한 것이 있다면, 그만큼 갚고 벌금 좀 내는 것이 아니라 무려 네 배를 갚았다. 자기 재산의 절반을 나누어 주고 나머지 반에서 부당행위의 네 배를 갚는다면, 어떤 부자에게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진정한 회개는, 피해자가 심정적으로 용납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용서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용서하라는 성서의 또 다른 가르침은 피해자가 고려할 사항이지 가해자가 요구할 것은 아니다. 이웃에게 가한 고통만큼, 자기도 뼈저리게 감내하는 것이 진정한 회개이며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길이다.

부자였던 삭개오는 더 이상 큰 부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세리이지만 예전처럼 부당하게 세금을 착취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를 ‘구원’이라고 말했다. 자기만 잘 살려는 과욕과, 그로 인해 이웃에게 고통을 주었던 죄의 사슬에서 벗어났기에, 삭개오는 구원을 받아 자유로워졌다. 이제 삭개오는 키는 작아도 당당하다.

기민석 침례신학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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