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퍼런스서 전문가들 예측

제3의 중개자 없어 비용 절감
글렌 회장 “암호화폐, 달러 경쟁”
나쓰소 교수 “상품 유통에 혁신”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일부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까 걱정”
게티이미지뱅크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이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거리를 걷다가도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 계약서를 자동으로 생성해 손안에 넣을 수 있도록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블록체인 3.0’ 컨퍼런스 무대에 오른 제롬 글렌 밀레니엄프로젝트 회장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문명이 개척될 것이다”라며 이같이 말하자 국내외 블록체인 전문가로 구성된 600여명 청중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글렌 밀레니엄프로젝트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에서 처리하는 모든 종류의 계약으로 확장되고, 암호화폐는 10년 안에 달러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미래학자다. 글렌 회장의 주장처럼 세계 곳곳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 에너지, 헬스케어 등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등 초기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한 암호화폐를 둘러싼 투기 등 부작용에만 관심이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관련 지원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선진기술을 추격하기 힘들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정보를 나눠 갖고 공동으로 검증하고 거래명세를 저장해 위ㆍ변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제3의 거래 중개자에게 지출하는 수수료 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블록체인은 빠르게 진화 중이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명)가 처음 만든 분산 원장 금융 거래 플랫폼인 비트코인이 시초이자 1세대 기술로 분류되고, 2013년 금융을 넘어 각종 서비스, 가치 등 모든 종류의 계약으로 기능을 확장한 이더리움 암호화폐 기반 스마트 계약 플랫폼을 2세대 기술로 본다. 그리고 현재는 블록체인의 확장성을 극대화해 전 사회 영역에 신뢰 인프라를 확산하려는 3세대 기술, ‘블록체인 3.0’ 시대를 열고자 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나쓰노 다케시(夏野剛) 일본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와인 공급망에 적용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소개했다. 나쓰노 교수는 “기존 와인 유통에서 중개업자가 수익의 50%나 가져갔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배송료만 들이면 신뢰할 수 있는 진품 와인이 내 손안에 들어온다”며 “와인 제조 과정에 대한 정보와 인증서가 블록들에 저장돼 생산 및 배송 과정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해 신뢰가 확보되면서도 중개인이 없어 가격은 하락해 궁극적으로 와인 수요와 판매가 더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자 샤리프가 만든 파마트러스트라는 시스템은 제약 과정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사례다. 샤리프 파마트러스트 최고경영자(CEO)는 “2,000억달러 규모의 가짜 약들이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며 “진품 여부가 보장되고 약이 전달되는 전체 과정이 블록체인으로 저장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양질의 콘텐츠를 게시하는 대가로 암호화폐가 제공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스팀잇) ▦중개 수수료 없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연결되는 쇼핑서비스(오픈바자) ▦운전자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저장하고 이동 서비스를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승차공유서비스(라주즈) 등 신생 업체들은 블록체인기술을 앞세워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같은 거물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박창기 블록체인진흥협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과 데이터 처리 속도는 폭발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조속히 관련 기술 교육 기회를 넓혀, 다양하고 참신한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록체인 운영체제(OS) 개발사 거번테크 등이 지원하는 교육과정이 이달 초 1기 프로그램을 마쳤는데,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후원 시스템과 채용 비리 방지 애플리케이션 등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박 협회장은 “블록체인은 인터넷 혁명보다 더 큰 사회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관련 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용 블록체인 개발사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잠재적 가치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며 “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지원책이 시급한 시점인데, 비트코인 투기 과열 탓에 자칫 과도한 규제가 만들어질 경우, 관련 산업 발전을 지체시킬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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