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ㆍ용인시, 모든 신입생에 혜택
복지부, 2년6개월 만에 전격 수용
지자체 자율성 확대로 입장 선회
“복지행정 고유권한 확인” 환영
지방선거 앞두고 선심성 비판도
정부가 모든 중ㆍ고교 신입생에 무상교복을 지원하는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의 복지 사업을 2년 6개월 만에 전격 수용했다. 박근혜정부는 재정 여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퍼주기식’ 복지행정 우려를 이유로 무상교복을 반대했지만, 새 정부가 지자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원칙을 세우면서 사업 추진의 길이 열렸다.
정부는 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어 성남ㆍ용인시의 교복 지원 사업을 심의한 뒤 전체 중ㆍ고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주는 안을 최종 확정했다. 위원회는 “사회보장사업과 관련한 협의ㆍ조정 제도를 중앙정부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지자체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사업 수용 배경을 밝혔다.
이날 위원회에는 ▦중ㆍ고교 신입생 취약계층 우선 지원 ▦중학교 전체 신입생, 고교는 취약계층 우선 지원 ▦전체 무상 지원 등 3가지 조정안이 제출됐고, 논의 끝에 성남ㆍ용인시 원안을 받아들이기로 결론이 났다. 위원회는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 실시’와 ‘지방분권 강화’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시행된 사회보장기본법은 지자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협의ㆍ조정 절차를 위반하면 정부가 주는 교부세가 깎이거나 지원금을 반환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성남ㆍ용인시의 무상교복 지원사업은 그간 지자체와 복지부의 의견 충돌로 협의가 지연된 대표 안건이었다. 두 지자체는 교육불평등 해소 및 학부모 교육비 경감 등을 내세워 관내 학생들에게 교복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이를 ‘선심성 행정’으로 규정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자체 사회보장제도라도 지자체간 재정자립도 차이가 큰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정책이 남발될 경우 복지 편차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부 결정에 성남ㆍ용인시는 “복지사업이 지자체 고유권한임이 확인됐다”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당장 용인시는 내달 2일부터 전국 최초로 중ㆍ고교 신입생 전원에게 교복을 지원하게 된다. 성남시는 전날 ‘공공 산후조리 지원 사업’이 3년 만에 복지부 동의를 얻어낸 데 이어 정부가 무상교복 사업도 시의 손을 들어 주자 정책 추진에 한층 탄력을 받은 분위기이다. 시는 2015년 8월 무상교복 사업 계획 발표 이후 복지부 반대에도 이듬해부터 관내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교복 비용을 주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사회보장위 동의 없이 사업을 강행했다면서 ‘법령 위반’을 근거로 대법원에 제소한 상황이다. 성남시는 “자유한국당(성남시의회)과 경기도는 국민 앞에서 시민 권익을 침해하려 한 시도를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시의회는 무상교복 사업예산을 반영하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무상교복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복지 공약을 쏟아내 지방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경미 복지부 사회보장조정과장은 “이번 결정은 성남ㆍ용인시가 조정을 요청한 사업에 국한된 판단일 뿐, 정부가 무상교복을 정책적으로 돕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중앙정부 사업과 중복되거나 지역주민에게 과도한 금전적 부담이 예상될 때는 협의ㆍ조정 제도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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