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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참전 할아버지 얘기에 울음 터뜨린 린지 본

입력
2018.02.09 17: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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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할아버지 얘기에 눈물 흘리는 린지 본(미국). AP 연합뉴스
9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할아버지 얘기에 눈물 흘리는 린지 본(미국). AP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중 최고의 월드스타인 ‘스키 여제’ 린지 본(34ㆍ미국).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기자회견이 열린 9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 기자회견장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영국 BBC, 미국 CNN 등 유수 언론사들의 질문 공세도 이어졌다. 본도 뜨거운 관심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화답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찾은 소감을 전하던 본은 할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는 질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본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다. 주종목 활강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그의 할아버지가 참전 당시 지켰던 곳으로도 알려졌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국 땅을 밟은 본에게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그는 “나에게는 조금 감정이 북받치는 주제다. 울음이 나올 것 같다”면서 “할아버지를 위해서 정말 경기를 잘 했으면 좋겠다. 너무 보고 싶다. 어디선가 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본은 인터뷰 말미에도 “할아버지에게 꼭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은 할아버지 얘기를 빼면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함께 방한한 린지 본의 애완견 루시도 기자회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루시는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명세를 치렀다. 본은 루시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시종일관 환한 표정으로 애정을 드러내며 “루시가 나보다 더 대스타 같다”고 웃었다. 그는 “1년 반 정도 됐는데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았고, 이별을 한 후에 밤에 혼자 호텔에 있거나 남는 시간이 많아져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루시를 키우면서 항상 같이 다닌다. 이번에도 장거리 비행이라 걱정을 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 같이 왔다”고 말했다. 본은 2010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세기의 커플로 화제를 모았다가 2015년 결별했다.

본은 명실상부한 여자 스키 최강자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엔 부상으로 나가지 못했지만 2010년 밴쿠버 대회 우승자이자 월드컵 통산 81승으로 여자부 최다 우승 행진 중이다. 본은 “86승을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남성인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가 월드컵에서 올린 최다 우승 기록이 86승이다. 이번 대회에서 슈퍼대회전(17일), 활강(21일), 복합(23일)에 출전하는 본은 “시즌 초반에는 부진할 때도 있었지만 올림픽에 집중해왔다”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키를 타기 좋은 상태다. 지난 대회(독일 월드컵 우승)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최상의 컨디션임을 자신했다.

평창=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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