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도 한미 간 대북접근 이견 인정
北 평창올림픽 평화공세에 신중한 시선
일부선 “펜스가 화해무드에 찬물” 비판도
“북한이 (젊은 여성들의) 예쁜 외모를 정권수호의 자산으로 삼는 건 놀랍지 않다. 오히려 불안한 건 국가의 성차별주의 전시(display)를 남한이 수용하는 방식이다.”
한국계 재미 작가 수키 김(48)은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북한의 립스틱 외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229명의 북한 응원단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2011년 7월부터 6개월 간 평양과학기술대 영어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북한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그렇다 해도 그의 언급은 20대 엘리트 여성이 대부분인 응원단을 앞세운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에 대한 미국 사회의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씨는 칼럼에서 “서방 언론이 ‘미(美)의 군대’라 부르는 응원단이 한국에선 ‘아름다운 치어리더’로만 묘사된다”면서 “이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매혹은 북한 일반 여성들에 대한 태도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북한 여성=이국적인 수수한 매력’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이는 곧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계심 완화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현송월 단장 방남 당시,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김씨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디어는 현송월의 외모(여우 목도리, 강렬한 눈빛, 엷은 미소 등)만을 집중 분석, ‘현송월 신드롬’을 만들어냈다”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지 불과 5개월 밖에 안 지났을 때였다”고 꼬집었다.
미 국무부의 시각도 비슷하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굳건하다”면서도 “두 나라가 가끔은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접근법을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유화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자,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모처럼 맞은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최근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이날 ‘한미는 북한 문제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낸다’는 칼럼에서 “펜스는 (올림픽을) 평화 추구의 기회로 활용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비침으로써 고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