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사흘 만에 검찰이 삼성전자 압수수색에 나서자 삼성전자뿐 아니라 재계가 전체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정 당국의 칼날이 어디로 날아들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우면동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자택 등을 8일 압수수색 당한 삼성전자는 당혹한 모습이다. 외부적으로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안팎에서 ‘먼지털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일 “서울 서초사옥에는 삼성전자 관련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미래전략실 해체로 당시 정황을 알 만한 조직도 없다”며 “검찰이 자택을 압수 수색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도 2010년 삼성물산 고문을 끝으로 퇴사해 이재용 부회장과는 거의 연결고리도 없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나오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뭐라도 엮기 위한 ‘찔러보기식 수사’라는 근심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받던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검찰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이후 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하고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전자가 부담했고, 이학수 부회장이 관여했다는 단서를 잡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과 다스 지원은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시기상 재판부 판결에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검찰이 다시 삼성에 칼을 겨눈 것처럼 보인다”며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는 공감하나, 어떻게든 처벌하려는 검찰 수사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재용 부회장이 나왔을 때만 해도 모처럼 재계 맏형인 삼성을 중심으로 기업 활동이 활발해질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재계에 많았는데, 집행유예 판결 3일 만에 들려온 압수수색 소식에 사정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여러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움츠러드는 분위기”고 전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맹하경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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