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제조기’ 고현정 위해
SBS, 회당 8000만원 지급
현장서 배우 입김 강할 수밖에
악당 4인방에 초점 옮겨가며
대본 수정이 유독 잦아
비중 작아지자 갈등 가능성
배우 고현정(48)이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서 중도 하차했다. 지상파 드라마 주연배우가 방송을 못 마치고 물러나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고현정과 제작진의 갈등설이 불거지고 고현정이 PD를 폭행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라 후유증이 클 전망이다. 과도한 스타 마케팅과 시청률 지상주의가 빚은 불상사라는 의견이 많다.
고현정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8일 “고현정이 ‘리턴’에서 하차하게 됐다”며 “제작 과정에서 연출진과 의견 차이가 있었고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고 밝혔다. ‘리턴’은 고현정과 제작진의 갈등으로 5일부터 촬영이 중단됐고, SBS는 대책회의를 거쳐 고현정의 하차 결정을 내린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리턴’은 고현정이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고현정이 MBC드라마 ‘여왕의 교실’ 이후 지상파방송에는 5년 만에 복귀하는 거라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SBS는 스타 마케팅을 기대하며 고현정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고현정의 1회당 출연료는 8,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여자배우 최고 수준이다. ‘리턴’은 총 16부작(방영은 중간광고로 36부작)으로 고현정의 출연료는 약 13억원으로 추산된다. SBS는 ‘고현정 마케팅’에 힘입어 드라마 광고 선판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톱스타에 의존하는 드라마 제작이라 고현정의 입김이 강할 수 밖에 없었다. 고현정과 촬영 경험이 있는 한 스태프는 “고현정은 촬영장 분위기를 압도하며 스태프와 배우들을 리드하는 ‘여장부’ 스타일”이라며 “‘리턴’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정은 ‘리턴’의 상대 역인 독고영 역할에 후배 이진욱을 강력 추천했고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고현정의 역할 비중에서 발생했다. ‘리턴’은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변호사 최자혜(고현정)와 이 사건에 얽힌 재벌가 ‘황태자 4인방’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고현정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리턴’은 회를 거듭할수록 ‘황태자 4인방’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한 지상파방송의 드라마 PD는 “고현정과 SBS는 부인하고 있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와 분량이 갈등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생방송이나 다름 없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시청률 지상주의도 갈등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재벌가 오태석(신성록)과 김학범(봉태규)의 엽기 행각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이 마약 파티와 불륜,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은 ‘막장 드라마’ 비판을 부르면서도 입소문의 요인이 됐다. 방송사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토대로 4인방 위주로 대본을 수정해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을 추가했다. ‘리턴’ 관계자들은 “대본 수정 작업이 유독 많은 드라마였다”고 입을 모았다. 잦은 대본 수정과 이에 따른 역할 축소 등으로 고현정과 제작진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을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고현정의 자존심과 제작진의 상업 논리가 충돌해 감정 싸움을 벌이다 폭력 사태로까지 비화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고현정이 ‘리턴’의 주동민 PD에게 욕설과 함께 발길질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고현정 측은 부인하고 있다. SBS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SBS는 고현정의 하차로 당장 대체 배우를 찾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현정 하차설이 불거진 7일 ‘리턴’은 자체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 17.4%)을 기록했다. SBS는 ‘리턴’ 속 변호사 최자혜 분량을 아예 삭제하거나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식으로 대본을 수정할 계획이다. 촬영은 오는 11일쯤 재개하기로 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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