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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컬링’이다

입력
2018.02.08 2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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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믹스더블 장혜지-이기정

랭킹 앞선 핀란드를 9-4 격파

2차전서 중국과 연장 승부 분패

관중들 “대~한민국” 열띤 응원

장혜지 “졌지만 많이 깨달았다”

한국 믹스더블 컬링 이기정(오른쪽)과 장혜지가 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중국과 2차전에서 7엔드 때 동점을 만든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믹스더블 컬링 이기정(오른쪽)과 장혜지가 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중국과 2차전에서 7엔드 때 동점을 만든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얼음판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의 매력에 흠뻑 빠진 하루였다.

세계랭킹 12위인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 장혜지(21)-이기정(23)이 8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믹스더블 예선 2차전에서 강호인 중국(3위)의 왕루이(23)-바더신(28)과 치열한 연장 접전을 펼쳤지만 7-8로 무릎을 꿇었다. 졌지만 잘 싸운 한 판이었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패색이 짙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은 앞서 이날 오전 벌어진 예선 1차전에서 핀란드(11위) 오오나 카우스테(30)-토미 란타마키(50)를 9-4로 눌렀다. 한국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첫 승이었다.

한국은 핀란드를 상대로 초반에 5-0으로 앞서다 5-4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7엔드에서 대거 4점을 획득, 핀란드의 기권을 받아냈다. 컬링은 바둑의 불계패처럼 역전 가능성이 사라지면 기권하는 게 예의다. 보통 패자가 먼저 악수를 청해 의사를 표시하는데 외국에서는 ‘포기하다(give up)’가 아닌 ‘인정하다(concede)’란 말을 쓴다.

중국 전 7엔드에서 동점을 만든 뒤 환호하는 이기정. 강릉=연합뉴스
중국 전 7엔드에서 동점을 만든 뒤 환호하는 이기정. 강릉=연합뉴스

오후에 벌어진 중국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한국은 3엔드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믹스더블에서 한 명은 1ㆍ5번 스톤을, 나머지 한 명은 2~4번 스톤을 던진다. 2,3번 스톤을 던진 이기정이 4번을 던져야 하는데 착각하고 장혜지가 투구를 했다. 결국 한국이 던진 4번째 샷은 무효가 됐고 한국은 3점을 내줬다. 1-6으로 끌려가던 한국은 5엔드 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파워플레이를 요청했다. 한 경기에서 단 한 번 요청할 수 있는 파워플레이는 스톤을 한쪽으로 치워서 가운데 길을 열어 후공이 굉장히 유리하다. 여기서 극적인 플레이가 나왔다. 한국 장혜지가 마지막 스톤을 성공시키며 한꺼번에 4점을 획득했다.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7엔드에서도 한국은 장혜지가 또 한 번 마지막 투구에서 과감하게 승부를 던져 2점을 얻어 기어이 7-7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8엔드에서 양 팀 모두 득점에 실패해 1엔드를 더 소화하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이기정이 4번째 샷에서 기가 막히게 상대 스톤 두 개를 하우스 밖으로 내보내 역전을 꿈꿨지만 장혜지의 마지막 투구가 조금 길어 아깝게 경기를 내줬다.

한국 관중들이 한국-중국의 믹스더블 컬링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관중들이 한국-중국의 믹스더블 컬링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경기장을 찾은 2,500여 명의 관중은 패한 장혜지-이기정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축구대표팀 경기에서나 볼 수 있던 ‘대한민국’ 구호도 나왔다. 이기정은 “초반에 너무 끌려가서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관중들을 보며 힘을 냈다. 승리의 여신이 우리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엔드의 실수 상황에 대해 이기정은 “긴장했다. 하지만 그 실수 덕분에 정신을 차려 반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게 즐겁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더 좋은 경기를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혜지도 “졌지만 많이 깨달은 경기였다. 앞으로 잘 풀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장반석(37)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컬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내일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9일 오전 노르웨이(5위)와 3차전, 오후에 미국(8위)과 4차전을 치른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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