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계올림픽 도전 70년사
1948년 1월,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커다란 태극기를 든 세 명의 동양인이 등장했다. 최용진, 이종국, 이효창.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 출전한 이들은 꼴찌와 다름없는 성적표를 받아야 했으나, 가슴엔 ‘KOREA’라는 선명한 글자와 태극기 문양이 박혀 있었다. 대한민국이 제 이름을 가지고 출전한 첫 올림픽이었다. 4년 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올림픽 당시 한국인 3명이 출전한 적은 있었지만 가슴엔 일장기가 달려 있었다.
생모리츠부터 평창까지, 70년 동안 우리나라는 묵묵히 동계올림픽의 문을 두드려 왔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오슬로올림픽에 불참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총 17번의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메달 53개를 따냈다. 장비도 없이 올림픽 스키 종목에 참가해 개최국 올림픽준비위원회가 지원해줘야 했던 과거의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92개국 3,000여명의 선수를 안방에 초대해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만큼 당당한 올림픽 강국이 됐다.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종목에 출전한 김기훈이었다. 5,0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결승선 ‘날 내밀기’로 극적인 금메달을 따 ‘알베르빌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초의 여성 금메달리스트는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전이경으로,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따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 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선수로 꼽힌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안현수, 진선유 선수가 각 금메달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상화는 2010,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땄다.
70년간 메달이 나온 종목은 딱 세 개다. 효자 종목은 단연 쇼트트랙. 금메달 26개 중 21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메달 전체로 확장하면 53개 중 80%에 달하는 42개다. 17번의 동계올림픽에 ‘개근’한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금메달 4개를 포함한 9개의 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하면, 김연아가 밴쿠버와 소치에서 딴 피겨스케이팅 메달 두 개가 전부다. 체육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계스포츠 저변이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출전 종목은 점점 다양해졌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만 참가했던 첫 번째, 두 번째 대회와 달리 1960년엔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선수도 출전했다. 1968년 그레노블올림픽에서는 이광용, 이현주, 김혜경이 처음으로 피겨스케이팅의 문을 두드렸고, 1984년부터는 바이애슬론 선수도 출전했다. 종목 수는 점점 많아져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무려 13개 종목에,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15개 모든 종목에 선수를 내보낸다. 자연스레 출전 선수도 늘어났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만큼, 소치올림픽(71명) 때 비해 두 배 가량 많은 122명의 선수가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을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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