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식중독 주범…해산물 익혀 섭취를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어야
감염되면 굶지 말고 물 충분히 마셔야
동계올림픽 개최지역인 평창ㆍ강릉 등에서 ‘겨울철 식중독 주범’인 노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월 1~8일 여드레 동안 모두 128명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노로 바이러스는 1968년 미국 오하이오주 노웍크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환자들의 대변에서 처음 발견됐다. 발견 초기에는 ‘노웍크 바이러스’ 등으로 불렸지만 2002년에 노로 바이러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로 바이러스를 미국에서는 ‘겨울철 토하는 질병(Winter vomiting bug)’이라고 불린다. 구토가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구토 증상이 더욱 심하고, 성인에게는 설사와 복통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구토나 설사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경우 감염되면 심한 탈수로 위험해질 수 있다.
겨울에 기승하는 대표적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대체로 기온이 높고 습한 날씨에 유행한다. 그러나 겨울(12~2월)에도 발병하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인플루엔자(독감)와 노로 바이러스다.
노로 바이러스는 27~32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정도의 크기로, 급성 위장염을 일으킨다. 대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입으로 몸에 다시 들어 오는 게 주된 전파경로다.
일반적으로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은 부패하기 때문에 맛을 보거나 눈으로 식별할 수 있지만 입자 크기가 작은 노로 바이러스는 이러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어 음식을 먹을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기존 식중독 바이러스와 달리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하고 6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살아 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냉동ㆍ냉장 상태에서 수년 간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감염 후 회복해도 바이러스가 2주 정도 생존할 정도다.
생선 조개 굴 같은 수산물을 익히지 않고 먹거나 손이 오염된 조리사가 만든 음식을 먹었을 때도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 생긴다. 특히 구토물, 침 같은 분비물이 묻은 손으로 생활하거나 설사증세가 있는 유아의 기저귀를 만져도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24시간 잠복기를 거친 뒤 구토 메스꺼움 오한 설사 복통 등이 생긴다. 대부분 1~2일 내 호전되지만 면역력이 약하면 탈수가 나타날 수 있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를
예방하려면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개인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또,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자녀들의 손을 많이 닿는 장난감이나 우유병은 자주 살균하면 예방에 도움된다.
김민지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통 바이러스성 질환 감염은 호흡기나 입을 통해 이뤄지므로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마스크를 꼭 사용하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을 피하고, 손 씻기를 실천하는 게 좋다”고 했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철저히 씻도록 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비누보다는 액체용 비누를 사용하는 게 좋다. 물로 손 씻기가 어려우면 알코올이 함유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면 된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도 맨손으로 입을 가리는 대신 팔꿈치 안쪽으로 가려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분비물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최상호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 바이러스 장염에 걸리면 굶는 사람들이 있는데 설사와 구토가 일어났다고 무조건 굶기보다는 죽이나 미음 등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과 함께 따뜻한 보리차나 이온음료를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후에는 뜨겁거나 찬 음식은 피하고 살코기 생선류 두부 콩류 멸치 갑각류 등 단백질이 많은 식품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선빈 고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대부분 딱히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치유된다”며 “다만 수분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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