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ㆍ러시아군의 반군 겨냥 무차별공습에
‘반군 지원’ 미국도 직접 보복 공격 나선 듯
민간인 희생자만 속출… 사흘간 140명 넘어
‘이슬람국가(IS) 격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시리아 반군과 손잡고 군사 작전을 전개해 온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 7일(현지시간) 시리아 친정부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8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은 미국이 반군을, 러시아는 정부군을 지원해 온 탓에 ‘미ㆍ러 대리전’으로 해석돼 왔는데, 이번 공격으로 그 구도가 더욱 짙어지게 됐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국제동맹군과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 친정부 세력이 시리아민주군(SDF) 본부를 ‘정당한 이유 없이’ 공격해 그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보복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쿠르드ㆍ아랍계 연합인 SDF는 미군 지원 하에 시리아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IS격퇴 작전을 벌였던 반군 조직이다. 유프라테스강 동쪽 8㎞ 지점에서 이뤄진 이날 공습으로 시리아 친정부군 1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은 미군이 그 동안 직접 충돌을 자제해 왔던 시리아 정부군을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동맹군은 “동맹군과 파트너 부대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또 다에시(IS의 아랍어식 약자) 격퇴 임무에 참여한 전 세계 동맹에 대한 공격 행위를 물리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제의 ‘시리아 친정부 세력’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최근 시리아 내전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공격은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갈등을 초래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3일 러시아 수호이(Su)-25 전투기 격추 사건 이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반군 지역을 향해 그야말로 무차별 보복 공습작전을 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전투기 격추 이후) 동(東) 구타 지역에만 40여 차례 공습이 있었고, 이들리브주에선 병원 3곳 이상이 파괴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동맹군의 공습은 미군 측이 그에 대한 반격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양측이 서로를 향해 맹폭을 감행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날 구타 일대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으로 주민 32명(어린이 1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5, 6일에도 최소 111명의 민간인이 시리아군 공격으로 사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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