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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경쟁자 ‘기’ 죽이는 출사표 던진 이유

입력
2018.02.08 15:4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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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경험 축적돼 경기력↑… ‘자기 효능감’ 극대

형식적 ‘국위선양’보다 튀고 싶은 ‘스왜그(swag)’현상도

자신감 넘치는 선수들 말ㆍ행동, 국민에게도 ‘긍정효과’

윤성빈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 연합뉴스
윤성빈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 연합뉴스

“정상 위에 태극기 꽂는 간지(‘폼나다’ ‘멋지다’라는 뜻의 비속어) 다시 보여주겠음” ‘빙속 여제’ 이상화(29)선수가 서울 자신의 집 방문에 직접 걸어 놓은 문구다.

우리나라 썰매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아이언맨’ 윤성빈(24)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두쿠르스(라트비아)는 죽어도 저한테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며 승리를 호언장담했다.

쇼트트랙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심석희(21)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불가능/나는 가능’이란 의미로 ‘impossible/i‘m possible’이라는 글을 올려 자신감을 피력했다.

결전을 앞둔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당찬 출사표가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죽을 힘을 다할 것”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 이라며 상기된 얼굴로 소감을 밝혔던 과거 국가대표 선수들의 식상한 멘트는 찾아볼 수 없다. 올림픽을 앞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자신감에 넘치는 이유는 뭘까.

심리학자들은 ‘자기 효능감(self efficacy)’이 충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기 효능감은 미국 스탠포드대 엘버트 밴듀라 교수가 주창한 개념.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연구를 통해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이 실제 수행 과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 입증됐다”며 “선수들은 이미 세계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어 자신이 목표한 결과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선수들이 시합에 앞서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다소 과장된 언어로 자기암시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강박적으로 승패, 집단ㆍ국가를 강조하는 기성세대와 다른 젊은 세대만의 심리가 반영됐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이나미 박사(분석심리학자)는 “군사독재시절 풍미했던 ‘충성’ ‘국위선양’ 등 후진국형 문화가 아닌 ‘자유’ ‘긍정’의 문화가 젊은 세대에 퍼진지 오래”라며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멋과 여유를 여과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스왜그(swag) 현상이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결전을 앞둔 선수들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동물적 본능을 드러냈다는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동물들도 싸움을 하기 전 일부러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며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말과 행동은 일상에 위축된 국민들의 마음까지 활기차게 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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