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35명이 유령법인 62개 세워
유령법인을 세운 뒤 대포통장을 개설·유통하면서 수십억 원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포토장 유통 총책 한모(34)씨 등 3명을 구속하는 등 일당 38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역 및 군대 선후배관계로 얽힌 이들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62개 유령법인을 세워 총 388개 대포통장을 만들었다. 대포통장은 한 계좌당 월 150만~2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넘겨졌고, 이렇게 얻은 총 수익은 38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개인명의로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드는 요건을 까다롭게 하자, 모집한 구성원 명의로 유한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최소 2명 이상 사원이 각자 출자액에 한해 책임만 지면 되는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에 비해 설립이 쉽고 조직구조나 경영상태에 대한 공개 의무도 없다는 점을 노렸다.
유통총책 한씨는 조직원 이탈방지와 보안 유지를 위해 경기 북부지역 선후배 또는 군대서 만난 지인 등 20대 남성들을 꼬드겨 조직을 만들었다. 회사 설립에 명의를 제공한 조직원들은 한 계좌당 월 30만∼50만원을 받았으며, 범행 기간 동안 4, 5명 단위로 합숙을 했다. 또 한 달에 한 두 차례씩 인천 연수구에 모여 풋살(미니축구) 경기를 해가며 단합을 다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배신자는 뜨겁게 응징했다. 지난해 5월 일당 중 3명이 총책에 불만을 품고 5억원 가량을 가로채 도망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이틀 만에 찾아내 폭력배를 동원해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한회사가 대포통장 범행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관기관에 유한회사 설립 관련 서류와 실사를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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