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동부 화롄서 규모 6.0
실종자도 80여명 달해 피해 늘 듯
한국인 14명은 전원 구출 대피
본진 하루 만에 해안서 5.7 여진
지난달 일본•필리핀 등 잇단 지진
“지진 빈발 주기에 진입” 분석
대만 동부의 유명관광지 화롄(花蓮)에서 6일 밤 규모 6.0 강진이 발생, 80여명이 실종되고 사상자가 7일 현재 260명을 넘어섰다. 특히 본진 발생 하루 만에 화롄 지역 동부 해안에서 규모 5.7의 강한 여진이 발생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올 들어 일본과 필리핀에서 잇따라 화산이 분화하고 알래스카, 인도네시아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여서 ‘불의 고리’로 불리우는 환태평양지진대가 깨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만중앙기상국은 7일 화롄현 북동쪽 18.3㎞ 해상에서 전날 오후 11시50분(현지시간)에 규모 6.0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원 깊이는 10㎞로 측정됐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6명이 숨지고, 부상자는 한국인 14명을 포함한 254명으로 집계됐다.
11층 마샬호텔과 12층 윈먼추이디(雲門翠堤)빌딩 등 4채 건물이 무너지거나 기울어졌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건물에 갇혀 있거나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 실종자도 80명을 넘어 희생자가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 14명이 모두 구출되거나 안전하게 대피했다”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원먼추이디 빌딩 12층에 거주하던 한국 국적의 50대 여성 1명이 고립돼 있다가 1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건물 붕괴 외에도 이 지역 도로 곳곳이 갈라졌고 화롄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도 낙석 위험 탓에 폐쇄됐다. 치싱탄(七星澤)대교 등 다리 2곳은 균열이 확인돼 통행이 제한됐고 해안가 화롄대교도 잠정 폐쇄됐다. 도로에 묻힌 가스관과 송배전 설비 고장으로, 200가구 전기가 끊겼고 3만5,000여가구의 상수도 공급도 중단됐다. 250여 차례 여진으로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밤을 지샜다. 강한 규모의 본진이 강타하기 전 화롄 지역에는 4일 밤 11시12분에도 진도 5.1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5일 오전까지 78차례 지진이 잇따랐다. 대만 기상국은 “강진이 한꺼번에 몰아서 발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밤에는 화롄 동부 해안에서 규모 5.7의 강한 여진이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대만 지진으로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환태평양조산대는 남극 파머군도에서 시작해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북아메리카 로키산맥ㆍ알래스카를 거쳐 알류산ㆍ쿠릴 열도,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제도, 뉴질랜드로 연결되는 4만㎞ 화산대다. 전 세계 지진의 90%가 발생하고 활화산의 75%가 몰려 있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도 간접영향권에 포함된다. 지난달 23, 24일 이틀 동안 일본 군마(群馬)현 북서부 구사쓰시라네산(草津白根山)과 필리핀 중부 마욘 화산이 각각 분화했고, 미국 알래스카 코디악섬 남쪽 281㎞ 해상과 인도네시아 자바섬 남서쪽 108㎞ 해상에서 각각 규모 7.9, 6.4의 강진이 발생했다.
리시티(李錫堤) 대만중앙대학 응용지질연구소 교수는 “최근의 지진 활동은 전진과 본진, 여진을 구분하기 힘든 집단지진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1910년과 1920년 대만에서 각각 규모 8.0, 8.3의 강진이 발생한 사실을 들어 “10년 내에 규모 8.0 이상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1960년 5월 칠레에서 관측사상 최대 규모인 9.4 강진이 발생한 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이 발생한 점을 새삼 거론한다. 최근 연쇄지진 급증을 감안할 때 환태평양조산대 전반에서 지진이 빈발하는 50년 혹은 100년 주기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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