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처음으로 남녘 땅에
최휘ㆍ리선권도 김영남 단장 수행
北 한반도 긴장 완화 의지 표현
文대통령에 친서 전달 가능성도
북한이 9~11일 남측을 방문할 고위급 대표단 단원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포함시키면서 대남ㆍ대외 평화 공세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이 내려오면 북한 김씨 일가를 뜻하는 ‘백두 혈통’ 최초의 남측 방문이다. 또 김정은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리인’으로서 평창 대화 국면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북한은 7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 단원에 김여정 제1부부장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3명의 명단을 남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김영남 상임위원장 혼자 오는 것보다 훨씬 비중 있는 역할이 있지 않겠냐”며 “김여정이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내려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여정이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는 이유는 사실상 김정은의 유일한 혈육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정일과 어머니 고용희 슬하의 장남 김정철이 있지만 실질적 권력이 없고,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됐다. 반면 권력 구도상 어려서부터 김정은과 정적 관계일 수밖에 없는 형들과는 달리 여동생 김여정은 애초 후계자 후보에서 밀려나 있어 김정은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김여정은 권부 내에서 최근 초고속 승진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열린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으며, 최근엔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공개 행사에서도 김정은을 보조하는 듯한 위치에서 자주 목격돼 김정은의 비서실장 격으로 평가돼왔다. 때문에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김정은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여정 파견은 남북관계와 대외관계를 개선하려는 북한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와 최룡해, 김양건 등 실세 3인방 파견 때보다 이번이 훨씬 통 크게 나온 것”이라며 “김정은 신년사에 나온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 의지가 빈말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고위급 대표단장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정상급 인사로서 외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고위급 대표단은 상징성과 실질적인 면을 두루 갖췄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제재 대상인 김여정의 방남이 한미관계를 저해할 여지가 있다. 금지된 게 미국 입국 등이어서 방남이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동맹의 제재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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