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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안철수의 당명 좌절

입력
2018.02.07 17: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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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 당명을 약칭으로나마 되찾는 데는 수 년이 걸렸다. 민주당 당명은 2014년 안철수 세력과 통합으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원외 정당인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가 이탈하자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김민석 대표의 ‘민주당’이 당명을 선점하고 있어 약칭을 ‘더민주’로 쓸 수밖에 없었다. 2016년 민주당과 통합 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민주당이라는 당명 사용이 가능해졌다.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이 창당을 앞두고 당명 문제로 암초에 걸렸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청년정당 우리미래당과 비슷한 이름의 ‘미래당’을 신당 당명으로 쓰려다가 7일 중앙선관위에서 불허 통보를 받았다. 통합신당의 당명을 전해 들은 우리미래당이 전날 약칭 ‘미래당’ 등록 신청을 선관위에 제출하자, 국민의당도 당명 선점을 위해 우선 국민의당 약칭으로 미래당을 쓰겠다고 신청해 결국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 통합신당 이름은 당초 바른국민당이 유력했다. 당명 공모에서 나온 여러 이름 중 유승민 대표는 바른국민당을 선호했으나, 안 대표가 10위권 내에도 들지 않은 미래당을 고집했고 그대로 됐다. 우리미래당 당원들은 “안 대표가 지난해 3월 우리미래당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당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며 “이것이야말로 거대 정당의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20~30대 청년들이 주축이 돼 창당한 우리미래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비례대표 등의 후보를 낼 계획이다.

▦ 안 대표는 2014년 새정치연합으로 창당하려고 할 때도 ‘새정치국민의당’이란 이름의 정당이 존재해 ‘새정치’란 약칭을 쓸 경우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선관위로부터 받았다. 안 대표는 불과 4년 만에 창당-탈당-합당을 반복하는 등 현란한 ‘창당 기술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진로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명멸한 정당은 200여개에 달한다. 70년이라는 길지 않은 민주공화정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이름의 정당이 난무했다. 당명을 바꾸고 낡은 명분을 내세우는 것보다 올바른 정치를 펴기를 국민은 더 원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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