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단 229명 등 280명 방남
꽹과리ㆍ클라리넷ㆍ베이스 등 챙겨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반갑습네다”
통일부 만찬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
北 응원단장 “제2의 6ㆍ15 첫걸음”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파견된 북한 응원단과 태권도 시범단 등이 7일 방남했다. 과거 남한을 찾아 인기몰이를 한 북한 응원단이 파견된 건 13년 만이다. 정부는 환영 만찬을 열어 대표단을 맞이했다.
이날 경의선 육로로 방남한 북한 대표단은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 북한 민족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4명, 응원단 229명, 태권도 시범단 26명, 기자단 21명 등 280명으로 구성됐다. 이로써 9일 내려오는 고위급 대표단을 제외한 473명의 방남이 마무리됐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대표단 대다수가 여장을 푼 인제스피디움에서 저녁 자리를 마련, “(평양에서) 인제까지 온 길은 관계를 복원하는 소중한 여정이었다.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 인사를 드린다”며 이들을 맞았다. 이에 오영철 북한 응원단장은 “북과 남이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이곳 제23차 올림픽 경기대회는 민족 위상을 과시하고 동결됐던 북남관계를 개선해 제2의 6ㆍ15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측 인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만찬은 “자주 만납시다”라는 대화가 스스럼없이 오가며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응원단은 붉은색 상하의 정장차림으로 맞춰 입었고, 가슴에는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달았다. 메뉴로는 조개관자구이, 등심구이, 도가니탕 등이 제공됐다.
이들의 일정은 오전 9시 31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며 시작됐다. 남성은 검은색 코트에 털모자, 여성은 붉은 코트에 검은색 털모자를 착용했다. 가슴엔 인공기 배지를 달았다. 응원단은 20대 젊은 여성 위주로 구성됐고, 키는 160cm대 중반 정도였다. 남측 취재진의 질문 내용과 상관없이 연신 “반갑습니다”라고 답하며 다소 기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공연엔 자신감을 보였다. 한 남성은 “좌우지간 기존에 없던 것(연주)을 보여줄 생각이다”고 했고, 다른 단원은 “지금 다 얘기하면 재미없지 않습니까”라고 응수했다. 응원단은 꽹과리, 징, 소고, 대고 등 민속악기뿐 아니라 클라리넷, 베이스 등 서양악기도 두루 챙겨왔다. 응원단은 북측 선수들 경기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뿐만 아니라 남측 선수 경기 일부에서도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북한 응원단이 국제 스포츠경기 참가를 위해 방남한 것은 2002년 9월 부산 아시안게임(288명),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303명), 2005년 8월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124명)에 이어 네 번째다. 동행한 북측 기자는 ‘북한에서도 올림픽에 관심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그럼요, 민족적 대사인데”라고 답했다. 김일국 체육상은 “다같이 힘을 합쳐 이번 대회 잘 하자”고 짧게 말했다.
숙소에서는 시설 점검과 폭발물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데 분주했고, 경찰병력 3개 중대(약 240명)가 곳곳에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였다. 오후 3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한 대표단에는 편육, 김밥, 새우튀김, 호박죽 등이 포함된 뷔페식이 제공됐다. ‘불고기를 먹었냐’고 묻자 단원들은 “남한은 불고기가 기본 메뉴냐”고 묻는 여유도 보였다.
전날 만경봉호를 타고 묵호항에 도착한 북한 예술단은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로 하루를 보냈다. 식사는 만경봉호로 돌아와 해결하며 외부 노출을 최소화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유류지원 요청이 있었고, 편의 제공 문제는 미국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대북제재 관련 저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파주ㆍ인제=공동취재단
인제=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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