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깊숙한 우울 표현하려고
원룸 빌려 두문불출했어요”
아이돌 가수를 병행하는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제법 다채롭다. 감시 전문 비밀경찰의 귀여운 막내(영화 ‘감시자들’)에서 야망을 품은 젊은 무사(영화 ‘협녀, 칼의 기억’)로, 안하무인인 악인 재무이사(KBS2 ‘김과장’)로 작품마다 다른 색을 입었다.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보이그룹 2PM의 준호(30)는 “내게 특화된 영역이 무엇인지, 배우로서 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2PM 활동과 병행하느라 1년에 한 작품 정도밖에 소화를 하지 못하니, 최대한 다양한 색깔로 연기력을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6년 차 연기자인데, 작품 수는 비교적 적은 편이에요. 가수 활동에 지장이 없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대본을 만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역할의 폭을 한정하지 않고 작품을 정할 때마다 안 해봤던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해요.”
올해는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쇼핑몰 붕괴사고를 겪은 이강두를 연기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3개월간 혼수 상태에 빠졌던 이강두는 기적처럼 깨어났지만 엄마의 죽음을 맞으며 다시 절망에 빠진다. 내면 깊숙한 곳의 고통을 끌어내기 위해 그는 화면 밖에서도 이강두로 살았다. 촬영 5개월 동안 부산에서 작은 원룸을 빌려 커튼을 치고 햇빛을 안 본 채 우울하고 예민한 감정을 잡아갔다. 촬영하는 동안 외부 활동을 최소화했고,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을 때는 방 한 쪽에 세워둔 샌드백을 쳤다.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역동적인 연기를 보여 줬던 전작 ‘김과장’의 서율과 달리, 이강두는 최소한의 동작과 표정으로 최대한의 아픔을 표현해야 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캐릭터를 그리다 보니 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도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손짓도 거의 안 하다 보니 ‘지금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게 맞나’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PD님을 믿고 갔는데, 나중에 편집본을 보니 왜 이강두를 그렇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캐릭터의 아픔이 더 진심으로 다가왔어요. 이후에는 걱정 없이 캐릭터에 몰입했습니다.”
2008년 2PM으로 데뷔한 준호는 최근 군 복무 중인 택연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JYP)와 재계약을 했다. 2015년 재계약에 이어 두 번째 계약 연장이다. JYP 설립 사상 처음이다. 그는 JYP의 대외협력이사까지 됐다. 준호는 “우리(2PM)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고 앞으로의 꿈도 확장해나가고 싶었다”며 “회사의 간판 얼굴이 되고 싶은 욕심과 함께, 새로운 위치에서 마음가짐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사직에 올랐다”고 밝혔다. 내년 입대를 계획하고 있는 준호는 “적어도 3~4년 안에 완전한 형태의 2PM으로” 팬들을 찾고 싶다.
올해 서른이 되면서 드는 각오도 새롭다. “‘20세 때 뜨겁게 불타는 성과를 하나라도 내보자’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그게 잘 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예전이라면 이 정도에 만족했을 텐데, 지금은 욕심이 더 커졌거든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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