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용 캠코 사장 인터뷰
내달 서울 등 전국 27곳 문 열어
경영애로 중소기업에 3,000억 지원
민간투자자 연결해 주는 역할도
개인이 빚에 시달릴 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으면 된다. 정부 지원을 안내 받고 ‘빚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중소ㆍ벤처기업들은 경영난이 왔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찮다. 각종 정부 지원을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처럼 자본시장을 통해 투자 자금을 유치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유독 중소ㆍ벤처기업에게 혹독한 기업 구조조정 환경을 바꿀 순 없을까.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캠코 서울지역 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달 서울, 부산 등 전국 27곳에서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가 문을 연다”며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앞으로 센터를 찾으면 전문가 상담을 거쳐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에 흩어진 정부 지원 내용 등을 알아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문 사장의 설명이다.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는 투 트랙으로 위기의 기업을 지원한다. 우선 민간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매칭)해주는 일을 한다. 문 사장은 “중소기업 중엔 성장 잠재력을 갖춘 곳이 적지 않은데 이들 기업 입장에선 투자를 받는 게 경영난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반면 투자자는 괜찮은 기업을 발굴하려 해도 정작 기업 정보가 없어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3월 말부터 가동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런 플랫폼은 처음이다. 기업은 내달 센터에 기업 정보만 등록하면 된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마냥 투자만 기다릴 순 없는 일이다. 문 사장은 “시장에서 투자 매칭이 어려운 경우엔 정상화 가능성을 고려해 올해 총 3,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소외된 중소 회생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국책은행이 보유 중인 회생기업 보유채권을 일괄 사들이는 ‘채권결집’ 방식 등이 동원된다. 문 사장은 “그간 국책은행이 하던 채권결집 방식을 캠코에서 하는 건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회생기업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요가 많으면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지원 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경쟁력 있는 회생기업을 도와준단 취지는 좋지만 부실기업을 정부 예산으로 연명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잖다. 이에 대해 문 사장은 “경쟁력을 상실해 시장에서 도태되면 어쩔 수 없지만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잘 가려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는 꼭 필요하다”며 “다만 ‘먹튀’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금융권에선 채용비리로 연일 시끄럽다. 문 사장은 “대학생 딸이 있는 아빠 입장에서 채용비리 뉴스를 보고 굉장히 화가 났다”며 “캠코는 올해 75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데 이미 블라인드 전형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투명하게 채용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비 지원자를 위해 책 한 권을 소개해달란 요청에 문 사장은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시간의 재발견’을 꼽았다. 성공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했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하는 책이다. 문 사장은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데도 성과가 없으면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절망할 수 있는데 사실 중요한 건 노력의 질, 즉 올바른 연습”이라며 “취업준비생들이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스스로를 믿고 낙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1962년 경기 출생, 중동고ㆍ연세대 행정학과
84년 28회 행정고시
2014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2016년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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