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 윤모(27)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뜬 웹툰의 팝업 광고를 보고 경악했다. ‘여검사의 이중생활?’이란 카피가 붙은 광고엔 속옷 차림이거나,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웹툰의 대사를 따온 “특수부 소속 서지현 검사였던 난…”이라는 대목에서 멈칫 했다. 윤씨는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한 검사의 이름과 같아서 놀랐다”며 “우연의 일치인지, 어떤 내용의 웹툰인지 호기심이 일었다”고 말했다.
직접 웹툰을 찾아 본 윤씨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성폭행을 당하고도 본인의 신분 탓에 이를 알리지 못한 여성 검사가 결국 가해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 검사가 사회 고위층에 성 상납을 하는 대목도 있다. 윤씨는 “여성 검사를 왜곡한 데다 성범죄를 에로물로 승격시킨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의 웹툰은 ‘목줄’이라는 제목으로, 웹툰사이트 투믹스에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연재됐다. 한 네티즌이 2일 트위터에 이 웹툰의 광고를 캡처해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현재까지 이 글은 2만4,000회 이상 리트윗되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성범죄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인 검사 이름이 ‘서지현’이라서 파장이 상당하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는 주장부터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옹호하려고 만든 웹툰”이라는 음모론까지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웹툰 게시 중단을 민원 했다는 ‘인증 트윗’도 잇따른다. 3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지현 검사 사건을 소재로 한 성인 웹툰의 처벌과 제재를 바란다’는 청원도 등록됐다.
이 웹툰이 실제 서 검사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한 건 지난달 말이지만, 이 웹툰은 2016년 연재를 시작해 지난해 9월 끝났다.
웹툰을 연재한 투믹스 측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투믹스에 따르면, 일단 문제의 웹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교체한 상태다. 투믹스의 홍보담당자는 “작가는 검찰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검찰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았던 사건을 소재로 하기는 어렵다”며 “작가가 창작한 가상의 세계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도 실제 인물과 이름이나 직업이 겹치는 경우가 더러 있지 않느냐”며 “부디 특정 사건과 연관 짓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문제는 성범죄를 미화한 성인 웹툰이 이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간이나 감금,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등을 소재로 여성을 성적 도구로 전락시킨 웹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성 도착적인 내용이나 성범죄가 ‘성인용 웹툰’이라고 해서 합리화될 수는 없다”며 “잘못된 성인식을 확산 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인 웹툰의 소재에 제한이나 규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통위가 웹툰의 폭력성, 선정성과 관련한 민원을 받고는 있지만, 제재 여부는 한국만화가협회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전체이용가 웹툰의 경우엔, 지난해 ‘웹툰자율규제위원회’를 구성해 웹툰 성 상품화나 여성 비하 등의 내용은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성인 웹툰은 아직 방침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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