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족같이 여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동물장묘문화는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장묘업 등록이 법제화되고 나서도 9년만인 지난해에야 비로소 한국동물장례협회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빈번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명확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화장장의 입지조건을 비롯한 관련 근거 규정이 전무하다.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업체 간 소송전으로 비화되더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물장묘업은 단순히 서비스 영역이 아니라 생명존중사상을 기초로 환경적 기준을 지키고, 주민 기피시설에 대한 분쟁조정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종합적이고 새로운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충분한 합의와 고려 없이는 부작용이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엄격한 환경적 기준을 갖춘 시설 기준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의 영업형태의 정비, 동물보호와 반려인의 정서안정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법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물 화장장을 꺼리는 주민들과 지자체로 인해 신규설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운영’도 공공연하게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단속과 제재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5월 영업 등록도 하지 않고 화장시설이나 납골시설 등을 불법으로 운영한 동물 장묘업체 7곳을 적발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묘시설의 특성상 혐오시설로 인식돼 어느 지역이라도 반대가 만만치 않아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정식 등록까지)최소 3~5년은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등록을 하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하다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범칙금이 100만원에 불과해, 벌금을 내고 계속 운영하고 있는 화장장이 많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9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동물장례식장 ‘페트나라’를 운영하는 박영옥(52)씨는 “주변에 민가가 전혀 없는 공장지대에 터를 잡은데다가 주민들의 시선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에게 화장에 사용하는 소각로가 무염ㆍ무취로 친환경적이란 점을 알리는 등 지속적인 소통을 했다는 설명이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21그램’ 대표 권신구씨는 “경기 광주에 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를 세울 때 합법적으로 준공을 마쳐 문만 열면 되는데도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면서 “시설을 직접 보여드리고 마을회관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펫포레스트 건물이 광주시 아름다운 건축상을 받을 정도로 마을 경관에도 도움이 된다고 어필하니 결국 주민들도 공감해줬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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