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험 많아 표정 살아있어
국내외 기자들 취재열기 후끈
북한 피겨 페어 렴대옥(19)-김주식(26) 조를 보면 북한 축구대표팀 공격수 출신 정대세(34ㆍ시미즈)가 떠오른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정대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북한 대표였고 한국 프로축구 수원 삼성에서도 뛴 뛰어난 스트라이커였다.
렴대옥-김주식과 정대세 모두 다른 북한 선수들과 달리 표정이 살아 있고 생동감 넘친다. 어느 국제 대회를 가든 북한 선수들은 교육이라도 받은 듯 한결같이 무표정이다. 그러나 렴대옥은 1일 강원 양양 국제공항을 통해 북한 선수단이 입국할 때 유일하게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렴-김 조는 5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연습링크에서 한국 페어 김규은(19)-감강찬(23) 조와 나란히 연습한 뒤에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활짝 웃었다. 소감을 묻자 김주식은 “분위기 좋습니다”라고 짧지만 유쾌하게 외치기도 했다. 많은 해외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렴-김은 지난 해 여름부터 김규은-감강찬과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남북 선수들은 서로 김치와 김밥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태어나 쭉 자란 재일동포 3세 정대세도 다른 북한 축구 선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선글라스를 끼고 홀로 한껏 멋을 내는가 하면 남북전에서 북한 국가가 나오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등 ‘쇼맨십’이 강했다.
빼어난 실력을 지녔다는 공통점도 있다. 북한 축구 선수들은 톡톡 튀는 정대세를 불편해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에서 가장 골 감각이 탁월한 공격수였기에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렴-김도 마찬가지다. 둘은 지난 달 말 대만 4대륙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번에 평창에 온 북한 멤버 중 올림픽에 참가할 기량을 지닌 몇 안 되는 선수다. 한국 피겨 남자 싱글 국가대표 이준형은 렴-김을 보며 “기술 난이도가 높은 톱 클래스 수준”이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가는 곳에는 수 많은 취재진이 몰린다. 이날 아이스아레나에는 약 1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예전 정대세에게도 늘 기자들 수십 명이 따라붙곤 했다.
한편, 이날 렴-김과 함께 훈련한 감강찬은 “연습 도중 서로 눈이 마주쳐서 웃기도 했다”며 “올림픽에서 함께 멋진 경기를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렴대옥을 위해 핫팩과 화장품 선물을 준비했다는 김규은은 “오늘 (렴)대옥이가 몸을 풀다 늦게 나와 전달을 못했다. 다음 기회에 주겠다”고 말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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