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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비’ 없앴더니… 병원 쏠림 부작용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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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비’ 없앴더니… 병원 쏠림 부작용 커졌다

입력
2018.02.05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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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금 줄자 “기왕이면 큰 병원”

지방 환자들도 너도나도 서울行

대학병원들 “환자감소ㆍ분산 못 느껴”

대형병원 ‘쏠림’ 개선해야 폐지 효과↑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위암 투병 중인 A(42)씨는 지난해 중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위 절제(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일주일 입원에 청구된 진료비는 모두 901만9,669원. 암 치료에 적용되는 ‘산정특례’ 혜택을 받아 치료비의 5%만 부담했고, 입원실도 6인실을 사용했다. 그래도 A씨가 내야 할 돈은 280만814원이나 됐다. 만약 그가 올해 수술을 했다면 어땠을까. 본인부담금은 199만4,006원으로 무려 80만여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1월1일부터 ‘선택진료비(일명 특진비)’가 전면 폐지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특정 의사를 택해 진료를 받을 경우 15~50%의 특진비가 붙었는데, 1963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가 55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선택진료는 그간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대표적 비급여 항목으로 꼽혀 왔다. 무늬만 ‘선택’일 뿐, 병원 측에서 환자 의사와 관계없이 추가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진료시간표를 제공하거나, 일반의사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할 때가 다반사였다. 선택진료비는 단순히 진찰비만이 아니라 수술비, 마취비, 영상판독비, 방사선치료비, 방사선혈관촬영비 등에도 적게는 15%, 많게는 60%까지 추가돼 환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선택진료가 단계별 축소가 되기 직전인 2013년 특진비 규모만 1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도입과 함께 올해부터 선택진료비를 폐지한 지 한 달, 의료 현장에서는 그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대형병원, 유명 교수 ‘쏠림현상 심화’라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서울 유명 대학병원에 재직 중인 B교수는 위암 치료 권위자로 명성이 높다.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선택진료를 신청해도 4개월 대기는 기본이었다. 지난달 B교수가 진찰한 외래환자는 680명. 선택진료가 유지됐던 지난해 12월보다 60명이 늘었다. 추가 비용 부담이 사라지면서 특정 병원과 유명 교수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외래에서 만난 박모(53)씨는 “4개월 전 아들이 가장 저명한 교수에게 진찰 받으라고 예약을 해줬다. 특진비를 내지 않아도 돼 실력 있는 의사한테 치료를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 C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올 6월까지 예약환자가 다 찼다”며 “선택진료제 폐지는 가뜩이나 심했던 환자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병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 D대학병원 관계자는 “의사 지명도를 떠나 우리 병원 브랜드만 믿고 내원하는 지방환자 비중이 다소 커졌다”고 귀띔했다. 대구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심장 스탠트 등 간단한 시술은 지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데도 비용 부담이 덜해지자 무작정 서울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고속철 개통 악재까지 겹쳐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의료계에서는 환자부담금 절감에 초점을 맞춘 선택진료 폐지 정책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대형병원 선호 현상을 차단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정부는 가격장벽이 허물어진 것에 만족하지 말고 경증과 중증을 분리해 치료할 수 있는 의료전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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