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쇼트트랙이 있다면 독일엔 루지가 있다. 역대 루지 올림픽 금메달 44개 중 31개를 독일이 가져갔고, 전체 129개의 루지 메달 중 절반 이상인 75개가 독일에 있다. 올림픽 루지 종목에서 독일 국가는 시상식 배경음악이나 다름없었다. 독일이 루지 명가로 자리잡은 데에는 환경, 기술, 경험의 삼박자가 있었다.
나라별로 한 개도 갖기 힘들다는 루지 트랙을 독일은 세 개나 갖고 있다. ‘루지의 메카’로 불리는 쾨니히 호수 근처에선 월드컵이 해마다 열리며 국제루지연맹(FIL)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루지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다.
독일은 1963년부터 스포츠장비개발연구소(FES)를 세워 가장 잘 나가는 썰매를 연구했다. FES 소장은 “독일 메달은 다 우리 연구소에서 만들었다”며 자랑한다. 실제로 독일 썰매 제작 기술은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한국 루지 대표 성은령(26)도 독일인 장비 코치가 직접 제작한 썰매를 타고 평창에 출전한다.
마지막 비결은 경험이다. 어릴 때부터 썰매를 타기 시작한 선수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자연스럽게 주행 감각을 익히게 된다. 대한루지경기연맹 관계자는 “독일은 주니어 선수층이 두터운 것이 강점”이라며 “유소년, 청소년, 심지어 유치원 루지 클럽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삼박자를 갖춘 독일 선수들은 올림픽에서도 수명이 길다. 별명이 ‘루지를 위해 태어난 남자’인 펠릭스 로흐(29ㆍ독일)는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루지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을 기록하고 다음 소치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평창에서는 3연패에 도전한다.
‘루지 여왕’으로 불리는 나탈리 가이센베르거(30ㆍ독일)는 밴쿠버올림픽 동메달, 소치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평창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한국 선수는 독일 선수와 겨룰 때 기술력 차이보다 체격 차이를 더 크게 느낀다. 대한루지경기연맹 관계자는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이 체중을 늘리려고 정말 애썼다”며 “지금은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훈련을 강행하느라 몸이 성한 선수가 없다”고 밝혔다. 성은령은 십자인대가 끊어져 재활과 훈련을 병행 중이다. 독일에서 귀화한 아일린 프리쉐(26ㆍ한국)는 발가락 골절, 남자 루지 2인승의 박진용(26)은 팔꿈치 골절상을 당했다.
김주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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