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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코리아’로 하나된 단일팀, 졌지만 잘 싸웠다

입력
2018.02.04 22:3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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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아이스하키팀, 스웨덴과 평가전… 출전선수 22명 중 北 4명 기용

2라인에 北 선수 정수현 투입하며 美 입양아 출신인 박윤정과 함께

‘한국-미국-북한’ 선수조합 완성, 경기는 1-3으로 패했지만

관중들 “남북 하나돼 감격”박수, 머리감독 “대등한 경기”만족감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스웨덴에 패한 단일팀 선수들이 링크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스웨덴에 패한 단일팀 선수들이 링크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스웨덴(세계랭킹 5위)과 평가전에서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첫 선을 보인 단일팀 유니폼은 가슴 부위에 한반도기가 크게 새겨졌고, 한반도기 위에 ‘KOREA’를 넣었다. 경기 전 공개된 선수단 명단은 22명 중 북한 선수가 4명 포함됐다. 4라인에 북한 선수들을 몰아 넣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1라인을 제외한 2~4라인에 골고루 포진시켰다.

링크장 밖은 단일팀을 둘러싼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찬반 집회로 혼란스러웠으나 링크장 안은 ‘팀 코리아’로 하나가 됐다. 경기 시작 40분 전 단일팀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3,000여명은 환호했다. 이날 뜨거운 관심 속에 일찌감치 2,945석 전 좌석이 매진됐다. 경기 시작 바로 전엔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 퍼졌고, 먼저 출격하는 1라인 선수들은 한 데 모여 구호 ‘팀 코리아’를 크게 외쳤다.

남북이 힘과 마음을 모으고, 관중도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차가운 링크장을 들끓게 했다. 하지만 상대는 너무 강했다. 1-3(1-3 0-0 0-0)으로 패했다. 지난해 7월 강릉에서 치른 스웨덴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우리 여자 대표팀은 각각 0-3, 1-4로 졌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갑작스러운 단일팀 구성에, 함께 호흡을 이룬지도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치른 실전치고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과 일주일 정도 훈련했는데 우리 시스템에 빨리 녹아 들었다”며 “작년에 스웨덴을 상대할 때는 한 쪽에 치우친 경기를 했지만 이번엔 대등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출전한 북한 선수 4명 중 가장 돋보인 이는 2라인에 들어간 공격수 정수현(22)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개인 기량이 좋고, 2라인에 들어갈만한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정수현이 2라인에 투입되며 한국-미국-북한 출신의 조합이 완성됐다. 2라인엔 정수현 외에 미국 입양아 출신 박윤정 그리고 우리 선수 한수진, 이은지, 김세린이 들어갔다. 현재 북핵 위기 속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미국-북한 선수들이 단일팀에서 공존한 것이다.

정수현은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머리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머리 감독은 “연습하면서 지켜봤던 선수 중 정수현이 잘해서 2라인에 배정했는데 터프하고 빠른 플레이를 했다”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한다면 2라인에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경기 시작부터 불안했다. 1피리어드 1분 10초에 한수진, 1분 56초에 최지연이 각각 페널티를 받아 3대 5의 수적 열세를 맞았다. 그러나 골리 신소정의 선방 속에 실점은 피했다. 단일팀은 1피리어드 10분이 다 돼서야 박종아의 첫 슈팅이 나올 정도로 경기는 스웨덴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흘렀고 16분 16초, 17분 50초에 잇따라 골을 내줬다. 침묵하던 단일팀은 18분 15초에 박종아의 만회 골이 터져 나왔다. 경기장은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하지만 환호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웨덴은 1피리어드 종료 12초를 남기고 에리카 그람의 추가 골로 2점 차 리드를 유지했다.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는 추가 실점 없이 버텼으나 골을 넣지 못해 결국 패했다.

결과를 떠나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을 찾은 주부 김혜경씨는 “남과 북이 하나돼 남과 북이 하나돼 경기한 자체가 감격적”이라며 “경기 후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올림픽 전 실전을 계기로 단일팀은 더욱 단단하게 뭉쳤다. 박철호 북한 선수단 감독은 “북과 남이 하나로 뭉치면 무엇이든 못 해낼 게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고, 정수현은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서 힘과 마음 합쳐 달리고 또 달린다면 좋은 성과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전을 마친 단일팀은 곧바로 강릉으로 이동, 강릉선수촌에 입성했다. 단일팀은 10일 스위스, 12일 스웨덴, 14일 일본과 B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후 순위결정전 등 총 5경기를 올림픽에서 치른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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