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건군절 열병식이 걸림돌
미 “북 인사와 동선 다르게 해달라”
정부는 4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알려옴에 따라 북미간 고위급 접촉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본격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국면을 마련하기 위해선 북미 간 상징적 차원이 만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최대 압박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올림픽이 북미대화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는 게 정부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표단의) 급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을 것”이라며 “특정인을 거명할 순 없지만 북한에서 2인자, 3인자 등이 오면 그 의미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 간 접촉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정부가 주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북한의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포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위원장이 방남함으로써 미국과의 중량감을 어느 정도 맞추었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만큼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캐티나 애덤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대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최 부위원장이 방남할 경우 펜스 부통령과 회동이 이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 “북한으로부터의 (대화) 신호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북미 간 접촉이 있으려면 북한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8일 예정된 북한 건군절에 열릴 열병식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대화를 위한 최소 조건으로 북한의 도발 중단을 들어왔다”며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핵개발 의지를 재차 강조한다면 펜스가 북한 고위 인사를 만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펜스 부통령 방한 기간 중 북측 인사와 마주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미 간 접촉을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최룡해 급 인사가 올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직접 들고 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에도 일단 한 번 만나보라고 설득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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