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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던 새, 남태평양 고도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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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던 새, 남태평양 고도에 잠들다

입력
2018.02.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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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섬에 설치된 부비새 모형 곁을 지키는 나이젤(오른쪽)의 모습. 환경단체 ‘마나섬의 친구들’ 페이스북 캡처
마나섬에 설치된 부비새 모형 곁을 지키는 나이젤(오른쪽)의 모습. 환경단체 ‘마나섬의 친구들’ 페이스북 캡처

콘크리트로 만든 가짜 새와 사랑에 빠졌다가 숨진, 남태평양 외딴섬의 부비새 ‘나이젤’ 사연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4일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등은 뉴질랜드 본섬에서 2.5㎞ 떨어진 마나섬에 살던 부비새 나이젤이 지난달 말 숨졌다고 전했다. 나이젤 시체는 부비새 서식지 복원 사업 일환으로 이 섬에 설치된 부비새 모형들 속에서 발견됐다.

나이젤은 2013년 이 곳으로 날아와 생활하기 시작했다. 40년전 훼손된 이 섬의 부비새 서식지 복원사업에 최초로 동참한 것이다. 나이젤은 80마리의 모형 중에서도 특히 한 마리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유사한 외형과 새소리 음향 탓인지 콘크리트로 만든 새 모형을 실제 이성으로 착각했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지만 나이젤은 4년 간 끊임없이 구애했다. ‘그녀’를 위해 나뭇가지를 모아 집을 지었고, 말을 걸었으며, 깃털을 손질해 줬다. 결국 죽을 때까지 그녀 곁을 떠나지 못했다. 섬 관리인으로 나이젤의 사체를 처음 발견한 크리스 벨은 “계속된 구애에도 반응이 없으니 이상했을 것”이라며 “그가 겪은 절망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나이젤의 죽음은 복원사업이 성공하려던 시점에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음향 시설을 손 봤기 때문인지, 지난해 12월 부비새 세 마리가 마나섬으로 더 날아 들었다. 나이젤이 새 가족을 꾸릴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실패하고 만 셈이다. 벨은 “몇 년 더 살다가 짝도 찾고 새끼를 낳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굉장한 일이 시작될 수 있는 시기에 그가 떠나서 이 일이 내게는 잘못된 ‘엔딩 스토리’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 ‘마나섬의 친구들’은 페이스북에 나이젤에게 헌납하는 시까지 올렸다. ‘너는 최선을 다했어. 우리는 네가 진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벨도 “나이젤은 서식지 개척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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