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사쓰 온천 인근 분화
기상청 1시간 뒤 알아차리는 등
지진보다 부실한 대응 도마에
마스크 확보 등 지자체별 비상
한국 관광객도 자주 찾는 일본 구사쓰(草津)온천 인근에서 지난달 23일 화산이 폭발하면서 일본 사회 경계심이 다시 화산재해로 쏠리고 있다. 전후 최악으로 기록된 2014년 9월 온타케산(御嶽山ㆍ사망자 57명) 분화의 기억을 자극한데다, 이번에 분화한 구사쓰시라네산(草津白根山ㆍ1명 사망)이 도쿄에서 불과 150km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화산 폭발에 대비, 일본 각 지자체도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사이타마(埼玉)현 야시오(八潮)시는 화산재 낙진 상황을 가정해 방진마스크 2만장 비축에 들어갔다.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는 방재 계획에 후지산 분화를 상정, 화산재 임시보관지역으로 벚꽃명소인 소토보리공원(外濠公園)을 지정했다. 2004년 아사마산(浅間山) 분화때 도쿄에도 화산재가 자동차를 덮은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300년 이래 최대인 호우에이 분화(寶永噴火ㆍ1707년)와 비슷한 정도로 후지산이 분화하면 도내 전역에 2~10cm의 화산재가 쌓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산재가 수분과 결합하면 일부가 황산으로 변해 피부조직 파괴와 폐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도쿄도는 화산재 철거 및 건강피해상담 대응팀 등을 재정비하고 있다.
당초 각 지자체 방재계획에서 화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정된 예산에선 발생빈도상 긴급성이 큰 지진이나 태풍, 수해쪽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사쓰시라네산 사례는 예측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최근 분화를 거듭해온 북쪽에 관측망이 집중돼 입산 규제도 북쪽이 중심이었지만 정작 폭발한 곳은 관측대상에서 벗어난 남쪽 무방비 지역이었다. 기상청이 이를 확인한 것도 1시간뒤였다. 일본 정부가 전국 상시 관측 지정 화산을 늘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1만년 이내 활동사례가 있는 ‘활화산’은 일본 내 111곳(상시 관측 50곳)이다. 일본 정부는 관광지 주변을 중심으로 24시간 감시우선체계를 조정하는 중이다. 다만 인력부족이 문제다.
활화산 모니터링을 담당할 전문인력이 80여명 선이어서 1명의 연구자가 여러 화산을 겸임할 정도다. 화산은 각각의 특징이 달라 연구자가 산 하나만 전문으로 관찰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인력부족은 화산 연구가 장기간 추이를 차분하게 관찰해야 해 연구성과가 당장 나오기 힘든 특성과도 무관치 않다. 또 다른 문제는 화산 전문가 집단의 고령화로 수년 내 정년을 맞이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대학과 연계한 차세대연구자프로젝트를 발족해 5년후 전문가를 160명 수준으로 늘리는데 몰두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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