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락으로 떨어졌던 ‘전자왕국’ 소니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히라이 가즈오(平井 一夫ㆍ57)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지 6년 만에 회장으로 올라서며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소니 부활의 한 축을 담당한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郞ㆍ58)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차기 CEO가 됐다. 소니 부활을 이끈 이 두 명의 기업인은 경영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동반 승진의 영예를 안았다.
소니는 2일 요시다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 겸 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CFO는 도토키 히로키(十時裕樹 ㆍ53)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맡을 예정이다. 인사발령 일자는 2018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오는 4월 1일이다.
지난 2012년 4월 역대 최연소 CEO로 발탁돼 화제를 모은 히라이 사장은 지난 6년간 바닥까지 추락한 소니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소니의 성장 동력을 철저히 분석한 뒤 PC사업을 포기하고 한때 글로벌 1위를 지킨 TV사업부를 재편하는 과감한 구조조정 승부수를 던졌다. 동시에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패배감에 젖은 조직에 ‘기술의 소니’로 대표되는 장인정신을 다시 각인시켰다.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경영방침은 소니 재건의 밑거름이 됐다. 디지털카메라 핵심 부품인 이미지 센서에 집중 투자한 전략도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며 빛을 발했다. 소니는 2016년 기준 글로벌 이미지 센서 시장의 45%를 차지했다. 여기에 게임사업부 출신인 히라이 사장이 기대한 대로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까지 게임 시장을 장악하며 돌파구를 뚫어줬다.
자금 압박을 받던 시기에 재무를 책임진 요시다 부사장은 증권가와 투자자들이 호평할 정도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해 히라이 사장의 개혁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히라이-요시다 콤비의 활약으로 소니 실적은 매년 대폭 호전됐고,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2017회계연도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소니보다 잘 나갔지만 개혁에 실패해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에 팔린 샤프, 미국 원전사업에 손댔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까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에 넘기게 된 도시바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소니가 수렁에서 탈출해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한 시점에 단행된 CEO 교체에 대해 일본 재계에서는 “아주 질서 있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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