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공관장 인사 난맥상이 도를 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휘했던 공관장이 느닷없이 귀국 발령을 받은데 이어 노르웨이 대사는 부임 직전 돌연 석연찮은 이유로 사직했다. 외교부가 외교 적폐 청산과 코드 인사에 집중하다 또다시 긴장감이 높아지는 외교 전선의 불안을 증폭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 첫 공관장 인사에서 노르웨이 대사로 임명됐던 박금옥씨의 갑작스런 사직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서가 없다. 외교부는 “건강 문제로 사직을 희망해 1월 19일자로 처리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다. 지난해 말 대사직 내정 이후 한두 달 사이에 해외 근무가 어려울 만큼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것인지, 외교부가 공관장 인사에 앞서 건강 문제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내정자 신분으로 참석한 공관장회의에서 “해외 부임이 꺼려진다” 는 취지의 불만을 토로하고,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장 수여식에도 불참했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 어지럽기만 하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5년간 총무비서관으로 일하고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이력 때문에 내정 단계부터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진 터였다. 외교가에 떠도는 이런저런 추측과 상관없이 코드 인사에서 탈이 난 것만은 분명하다.
이상덕 싱가포르 대사의 급작스런 귀임도 개운치 않다. 외교부는 역시 ‘개인적인 이유’을 들고 있지만 3~4월 정기 공관장 인사를 앞둔 시점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감찰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이 적발됐다는 말도 들리지만 싱가포르 정부가 갑작스러운 소환명령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 수석대표를 맡았던 이 대사의 귀임과 후임 동북아국장의 징계가 겹친 탓에 위안부 협상에 대한 문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당당하지 못하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대로 ‘바람 앞의 촛불’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국정연설과 빅터 차 주한미대사 내정자의 낙마 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이른바 ‘코피 작전(bloody nose)’이라는 제한적 대북 타격론이 번지고 있다. 외교부가 적폐 청산 과제에 매달리거나 코드 인사나 챙기고 있을 만큼 한미동맹과 북미관계는 결코 한가하지 않다. 빅터 차 낙마 사태를 초래한 무사안일이라면 한반도 위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올림픽 이전으로 회귀할 게 뻔하다. 외교부는 한미동맹의 재점검과 북미대화 성사에 올인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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