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씨 등 탈북자 9명 백악관 초청
선제타격 논란은 일단 숨 고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국정연설에서 소개했던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단체 ‘나우(NAUH)’ 대표 지성호(35)씨를 포함한 탈북자 9명을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초청, 대북압박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직접 청취한다. 미국 내부의 반발여론을 의식, 북한을 제한적으로 선제 타격하는 ‘코피(bloody nose)’ 작전을 내세우는 대신,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주목 받은 인권 문제를 대북 압박의 새로운 고리로 채택한 것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 “지성호 대표를 포함해 한국과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9명이 2일 오전 9시(한국시간 2일 오후 11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30분 간 면담한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 초대받은 한 탈북자는 RFA에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북한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자의 입을 빌려 인권실태를 조명,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킬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30일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짧게 언급한 반면, 지 대표와 북한 관광 도중 억류돼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를 소개했다. 당파 구분없이 미국 여론의 절대지지를 받는 인권 문제를 내세워 대신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시키고 대북 압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항해 행동하도록 호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권 문제 제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맞춰 미국의 인종차별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을 문제 삼는 ‘2017년 미국 인권침해백서’를 공개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같은 나라가 미국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는 건 아주 우습고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미국과 한국 정부 모두 ‘코피 작전’에 대해선 숨 고르기를 하는 분위기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 철회 원인이 ‘코피작전’ 반대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 이후 높아진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노어트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그(차 석좌)는 애초에 대사로 지명된 바 없다”고 논란을 일축한 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이는 중국도 러시아도 공유하는 입장이다. 우리의 정책은 바뀐 것이 없다. 우리는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도 “지금 단계에서 미국의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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