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디자이너 창작 무늬 베껴
의류업게 무분별 표절 주의보
세계적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이 디자인 도용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유명 브랜드들의 표절 논란이 잇따르면서 의류업계 내 무분별한 베끼기 문화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에서 활동하는 현지 디자이너 오리짓 센이 최근 페이스북에 ‘언크리스찬(크리스찬답지 않은) 디올’이라는 제목으로 이 회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센은 2000년 자신이 창작한 무늬로 만든 원피스 사진과 패션잡지 ‘엘르’ 2018년 1월호 표지에 실린 사진을 비교하며, 디올이 디자인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엘르 표지에는 인도 배우 소남 카푸르가 디올의 2018년 크루즈 컬렉션 중 하나인 원피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게재됐다. 빨간색 바탕의 이 원피스에는 남성이 요가를 하는 무늬가 새겨졌는데, 일반인 눈에도 센이 이전에 창작한 디자인과 흡사하다. 디올 원피스에 좀 더 다양한 요가 포즈와 꽃이 추가된 정도다. 센은 “디올이 내 작품을 도용해 국제 콜렉션 일부로 소개한 사실에 무척 놀랐다”며 “거대 기업들은 창작자들의 디자인을 약탈해 막대한 이익을 벌면서도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센의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공유되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댓글에는 ‘완전히 베꼈네!’라는 글부터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패션 브랜드들은 이렇게 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게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좋지 않은 일인지 디올이 깨닫기 바란다’, ‘불행히도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샘플을 제출할 때 조심해야 한다’ 등이 올라왔다.
실제로 디자인 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16년 최소 20명의 창작자들이 패션 브랜드 ‘자라’를 상대로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구찌가 ‘오마주(hommageㆍ존경)’였다고 해명했으나 할렘 출신의 디자이너 대퍼 단의 디자인을 표절한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많을뿐더러, 문제 제기를 한다 해도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키란 데사이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지 보통은 잘 모르기도 하고, 시간과 비용이 들어 소송을 제기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인도는 또 지적재산권 관련 법이 엄격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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