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과 캐나다 일부 서점에서 판매 중인 한국어 교재에 욕설과 외설적인 내용이 예문으로 실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책은 지난 2010년 캐나다에서 발간된 ‘더티 코리안’(Dirty Korean)이다. ‘더티 코리안’을 발간한 출판사 ‘율리시스 프레스’는 한국어 교재뿐 아니라 ‘더티 스패니시’, ‘더티 이탈리안’ 등 은어를 주제로 한 언어 교육 책을 제작하고 있다.
‘더티 코리안’ 책 표지에는 ‘매일 쓸 수 있는 은어’라는 설명이 적혀있긴 하지만 표현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5페이지에 달하는 이 교재에는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내용, 인종차별적인 내용들도 다수 담겼다.
이 책에서는 ‘엄마’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예문에 “이 약속 안 지키면 엄X”이란 표현을 썼다. 엄X은 엄마를 성매매 종사자에 비유한 말로 한국에서도 매우 질이 낮은 비속어로 취급된다. 한국 공무원을 두고는 “공무원 새X들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라는 예문을 썼고, 비서는 사장과 바람나는 존재로 표현했다.
아마존닷컴에 등록된 후기에 따르면 해외 구매자들 반응은 “한국어를 통찰력 있게 배우는데 유용하다”와 “돈이 아까울 정도로 저속한 책”이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는 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해당 책을 캐나다 서점에서 접한 한국인은 지난달 31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게시판에 해당 책 내용을 올리고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 내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은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좋은 교재들이 많이 발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혹시라도 이상한 내용이 담긴 상업적인 한국어 교재들을 보게 된다면 펴보지도 말고 그냥 웃으며 넘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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