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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 출근 10년... 필요없다 할까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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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 출근 10년... 필요없다 할까봐 걱정"

입력
2018.02.02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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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청소노동자들 하소연

오전 5시까지 허겁지겁 출근

화장실ㆍ강의실ㆍ복도ㆍ계단…

눈코 뜰 새 없어 ‘아오지 탄광’

퇴직자 빈자리 알바로 채운 뒤

일자리 걱정에 ‘불안한 나날’

연세대 대우관(경제학과 건물)을 담당하고 있는 한 청소노동자가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강의실 청소를 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연세대 대우관(경제학과 건물)을 담당하고 있는 한 청소노동자가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강의실 청소를 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새벽 4시. 아직 하늘은 껌껌한 시간, 연세대 청소노동자 석봉옥(67)씨는 집을 나선다. 학교 대우관(경제학과 건물)에 오전 5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새벽달 출근’을 한 지 벌써 5년. 석씨는 이 건물 지상1층 전체와 지하1층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석씨는 학교에 도착해 고무장갑부터 낀다. “일찍 학교에 오는 학생들 때문이라도 지금부터 일을 시작해야 해요.”

석씨가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화장실. 전날 저녁 내내 더러워진 화장실 청소를 빨리 끝내야 한다. “말도 말아요. 어디서 그렇게들 술을 마시고 오는지 화장실 변기 여기저기 구토를 해놓기도 하고, 휴지를 어찌나 많이 넣었는지 변기가 막혀 물이 넘쳐 있는 건 일상다반사죠. 소변기를 닦는 건 기본이지요.” 심지어 화장실 쓰레기통에 오줌을 갈겨 놓아 직접 닦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도 일은 산더미다. 쓰레기통 분리수거를 하고, 아침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강의실을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 둬야 한다. 70~80명이 들어가는 강의실 3개를 청소하는 데만 2시간은 넘게 잡아야 한다. 전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흘린 커피부터, 칠판을 닦는 것까지 모두 석씨 몫이다. 강의실 바닥은 물론 책상과 의자까지 하나하나 닦는다. 이러고도 오전 오후 내내 담당하고 있는 복도와 계단을 빈틈없이 닦고 화장실과 강의실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고무장갑 벗을 시간이 없다.

7층(지하1층, 지상6층) 규모 건물을 지난해까지 담당했던 청소노동자는 8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1일을 기해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16명 자리를 ‘단기 아르바이트(알바)’로 대신하기로 하면서, 지금은 7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만 10년을 일한 최춘연(64)씨는 “워낙 면적이 넓고 힘들어서 동료들끼리는 ‘아오지 탄광’이라 부른다”며 “각자 한 층하고도 다른 층 절반을 맡았는데, 1명이 줄어 꼭대기 층을 7등분해 청소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앞으로 정년퇴직자가 나올 때마다 단기 알바로 그 자리를 채우다 보면 결국 자신들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걱정도 하고 있다. 올해 정년(70세)인 이재윤씨는 “이대로라면 내년에 내 빈자리는 또 알바가 채울 것”이라며 “이렇게 조금씩 자리를 줄여나가면서 우리가 속한 용역업체와 계약을 끊는 방식으로 아직 정년이 남은 사람들도 쫓아낼까 두렵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허자(67)씨는 “우리 중에는 가장인 사람도 있다”며 “가족들 밥벌이가 벌써 걱정된다”고 했다. 현재 연세대엔 300여명의 청소노동자가 있다.

학교 측은 추가 비용 40억원 정도를 들어 단기 알바 채용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단기 알바와 청소노동자들 간 충돌이 발생해 청소노동자 한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청소를 ‘별것 아닌 일’ 정도로 여기는 학교 측 인식도 문제다. 연세대 고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학 청소 일은 꿀직업이다(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다혜 민주노총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청소노동이 얼마나 힘든 지 모르는 대학이 청소노동자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글ㆍ사진=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연세대 대우관(경제학과) 복도 모습. 복도 길이만으로도 건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층의 절반 가량까지 청소노동자 한 명이 담당한다. 이상무 기자
연세대 대우관(경제학과) 복도 모습. 복도 길이만으로도 건물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층의 절반 가량까지 청소노동자 한 명이 담당한다. 이상무 기자
연세대 대우관(경제학과 건물) 한 강의실 모습. 약 120명 가량이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강의실도 있지만 이 건물에만 강의실이 12개다. 이상무 기자
연세대 대우관(경제학과 건물) 한 강의실 모습. 약 120명 가량이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강의실도 있지만 이 건물에만 강의실이 12개다. 이상무 기자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강의실마다 있는 대형 칠판도 모두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이상무 기자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강의실마다 있는 대형 칠판도 모두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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