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당국이 이틀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벌였지만 팽팽한 공방이 오가면서 평행선만 달렸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예상보다 더 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협상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 협상단은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2차 개정협상을 열었다. 전날 8시간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한 데 이어 이날도 10시간 가까이 협상이 진행됐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협상이 끝난 직후 “협상이 아주 치열하게 이뤄졌다”며 “전부 다 힘들었고 갈 길이 아직도 멀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열린 FTA 1차 개정협상은 양국이 각자 원하는 수정 의제와 범위를 정하는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 이번 2차 개정협상에선 1차 협상에서 양국이 확인했던 각자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공방이 벌어졌다.
USTR은 이날 2차 개정협상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은 자동차 및 부품을 포함한 공산품 분야에서 대규모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협정의 균형을 다시 맞출 수 있는 조치들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우리나라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출 물량 할당량 증가와 배출가스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번 2차 협상에서 미국이 최근 결정한 수입산 세탁기 등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무역구제 남용에 대한 방지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우리는 이번 협상이 이익의 균형 원칙 하에 상호호혜적으로 추진돼야 함을 강조했다”며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S), 무역구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시장 접근과 관세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수주 내에 미국에서 3차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1차에 이어 2차 협상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점을 찾지 못해 험로가 예상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이 끝난 뒤 “합의된 내용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직도 우리가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협상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은 더욱 한미 FTA 개정에 강공모드로 나올 것”이라며 “우리 정부로선 시간이 지날수록 협상을 풀어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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