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가대표 출신 겜린
파트너 쌍둥이 여동생 은퇴와
생활고에 스케이트 벗으려 해…
# 파트너 잃고 홀로된 민유라
겜린 여동생의 지원사격에
한 팀 이루며 평창 출전권 획득
16년 만에 태극마크 주인공으로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이후 16년 만에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다.
주인공은 민유라(23)와 알렉산더 겜린(25) 조. 한국인 부모를 둔 민유라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고향이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겜린은 민유라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지난 해 특별귀화를 했다.
둘은 지난 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4위를 차지해 평창 출전권을 따냈다. 미국 NBC 스포츠는 지난 31일(한국시간) 겜린이 민유라를 만나 평창올림픽에 서기까지 스토리를 다뤘다.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겜린은 세 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려고 어머니가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세계선수권대회를 봤고 ‘아이스댄스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옆에 앉아있던 쌍둥이 여동생 대니엘 겜린도 같은 마음이었다.
아버지는 매일 새벽 보스턴에서 한참 떨어진 뉴저지 피겨 레슨장으로 쌍둥이 남매를 실어 날랐다. 어머니는 레슨비를 벌기 위해 피겨 팸플릿을 손수 제작해 이웃들에게 나눠 주며 기부를 부탁했다. 쌍둥이 남매는 2008년 미국 주니어 피겨선수권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성인무대인 미국 피겨선수권에서 7위에 올라 미국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그러나 얼마 뒤 골반뼈가 부러지고 오른쪽 발목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에 시달리던 대니엘이 “더 이상 운동을 못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스댄스에서 파트너를 잃는 건 곧 피겨를 그만둬야 한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림살이도 점점 나빠졌다. 집은 이미 세 번이나 저당 잡혔다. 겜린은 빙상장에서 홀로 스케이트화를 벗으며 ‘나도 이제 그만둘까’란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비슷한 시기 민유라도 부상과 은퇴로 파트너가 두 번이나 떠난 상황이었다. 민유라는 외롭게 홀로 빙판에서 훈련했다. 겜린의 이야기를 들은 민유라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겜린은 처음에 학업에 집중하겠다며 거절했다. 그의 마음을 바꾼 건 쌍둥이 동생이었다. 전 파트너인 대니엘의 끈질긴 설득에 겜린은 민유라와 한 팀을 이루기로 했다.
겜린은 “파트너를 못 찾아서 다른 나라의 문을 두드리는 건 이 바닥에선 흔한 일”이라며 군말 없이 한국어와 한국역사를 배웠다. 2016년 6월 대한빙상경기연맹에 귀화의사를 밝혔고 그해 8월 대한체육회의 우수인재특별귀화추천에 지원해 지난 해 7월 최종 승인을 받았다. 피겨 아이스댄스는 쇼트댄스와 프리댄스로 이뤄져있다. 쇼트댄스에서 24개 팀이 출전해 20위 안에 들어야 프리댄스에 출전할 수 있다. 민유라-겜린의 프리댄스 음악은 가수 소향이 부르는 ‘아리랑’이다. 민유라와 겜린이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은반 위를 수놓는 모습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볼 수 있을까.
김주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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