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3종’ 슬라이딩 센터에선
다국적 45명이 수작업으로 관리
스케이트•컬링 등 빙상장에선
5㎝ 두께 얼리는 데 일주일 공들여
물을 얼린다고 다 같은 얼음이 아니다. 동계올림픽에서 얼음 상태는 선수들의 안전, 기록, 연기 내용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선수들이 마음껏 뛰놀 ‘판’을 깔아주기 위해, 수 백명의 얼음장인들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경기가 열리는 평창 슬라이딩 센터 트랙 위에서 매일같이 빗자루질을 하는, 아이스메이커(Ice Maker)가 그들이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파견된 다국적 아이스메이커들 45명이 1.8㎞에 달하는 트랙 위에 ‘한 땀 한 땀’ 얼음을 채워 넣는다. 김태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슬라이딩센터 매니저는 “얼음 상태가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이스메이커들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슬라이딩 트랙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스메이커들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경사진 데다 곡면으로 이루어져 제빙기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 120톤을 냉매가 아래로 지나가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조금씩 뿌려 3~5㎝ 두께 얼음을 만든 뒤, 16개 각 커브구간마다 3~6명이 붙어 브룸(빗자루)과 스크래퍼로 일일이 얼음을 깎아내고 다듬는다. 야외에 노출된 만큼 먼지와 낙엽 등이 자주 쌓여 청소도 아이스메이커들이 직접한다. 김 매니저는 “얼음에 생긴 작은 구멍 때문에 썰매가 뒤집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아이스메이커들이 얼음 관리에 고도로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빙상장은 사정이 다르다. 스케이트 종목이나 아이스하키, 컬링 등이 펼쳐지는 빙판은 얼마나 평평하고 균질하게 얼음을 얼리는지가 관건이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안 되고, 두께가 규정에서 벗어나도 곤란하다. 여기서는 아이스테크니션(Ice Technician)과 정빙기사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 빙판 관리는 배기태 빙질관리담당관을 비롯한 아이스 테크니션 4명 몫이다.
빙상장은 달걀 껍질 두께(0.2㎜)의 얇은 얼음판을 ‘한 겹 한 겹’ 깔아 만든다. 냉각관이 보일러처럼 깔린 콘크리트 바닥 위에 얇은 얼음층을 만드는 작업을 200여번 반복해 5㎝ 얼음을 얼리는 데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씩 걸린다. 배 담당관은 “90톤의 물을 한꺼번에 많이 뿌리면 색깔이 탁해지고 냉기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원하는 온도를 못 맞추게 된다”면서 “섬세한 작업이라 일일이 손으로 노즐을 들고 물을 뿌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작업은 ‘잠보니’라고 부르는 정빙기를 탄 정빙기사들이 담당한다. 최대한 빙판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산소가 적게 포함된 따뜻한 증류수를 뿌려가며 얼음을 갉아내고 다시 얼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배 담당관은 “경기 전과 중간, 끝난 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 아이스테크니션들”이라며 웃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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