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실명제 실시 등 잇따른 정부 규제로 시장의 투자 심리가 줄어들면서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도 사라지고 있다.
1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비트코인은 1,124만9,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해외 가상화폐 정보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서는 1만88달러(1,081만원)였다. 여전히 4%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있긴 하지만, 지난해 말 해외보다 수백만 원 높게 가격이 형성됐던 것을 감안하면 폭이 크게 좁혀진 셈이다.
앞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6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2,565만7,000원(빗썸 기준)이었지만 해외에서는 1만7,135달러(1,837만원)로 40%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50~60%를 넘나들던 이더리움과 리플의 ‘김치 프리미엄’도 이날 각각 4%, 1%로 떨어진 상태다.
그간 국내 가상화폐 투자 광풍 속에 거래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가상화폐에는 이 같은 거품이 얹혀 있었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산 뒤 국내로 전송ㆍ판매하는 투기 행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신규 가입이 막히고 자금 유입이 차단되면서 거품이 꺼지는 모양새다.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면서 투자 심리도 꺾였다. 가상화폐 통계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 각각 전 세계 24시간 가상화폐 거래량 1, 2위를 다투던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은 최근 일본 비트플라이어(1위)와 홍콩 바이낸스(2위) 등에 밀려 4위와 6위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의 원화(6.54%) 거래량도 그간 일본 엔(55.26%)과 미국 달러(26.06%)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가장 컸지만, 최근 유로화(7.67%)에 3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거래하는 투자자가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김치 프리미엄이 시장 왜곡을 불러온다며 지난달 초 국내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의 시세 데이터를 자체 집계에서 배제했던 가상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도 최근 이들 거래소 시세를 다시 포함시켰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수심리가 낮아지면서 거래량이 줄어들었고, 일부는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면서 시장이 안정화됐다”며 “사실상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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