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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 지구 반 내주고 3500만년 법시다

입력
2018.02.01 16:3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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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자 알프레드 브렘이 19세기에 남긴 그림 '거북과 인간'. 인류에 의한 대멸종의 한 장면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동물학자 알프레드 브렘이 19세기에 남긴 그림 '거북과 인간'. 인류에 의한 대멸종의 한 장면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생태환경론에 대한 반론은 “그래서?”입니다. 자본주의의 비인간성, 현대 문명의 추악함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가도 이 반문 앞에선 더듬댈 수 밖에 없습니다.

귀에 착 감기는 ‘가이아 이론’을 내놨던 제임스 러브록 같은 이는 지구 온난화 원인인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소를 죽이자 하더니, 원전이야말로 친환경이라는 둥 이상한 얘기만 늘어놓다 인심을 잃었습니다. 물리학자 장회익은 학문적으로 엄격한, 하나의 자족적 에너지 체계로 ‘온생명’ 개념을 제시했습니다만, 온생명의 지속가능 인구 규모를 4,000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지구에 75억명이 산다는 데, 74억 6,000만명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비난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생태환경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이란 종 자체가 암덩어리요, 바이러스요, 바퀴벌레요, 뭐 또, 더 안 좋은 말 없습니까. 아무튼 그런 존재입니다. 잘 알겠는데 그걸 솔직히 말한다는 건 용감할진 몰라도 현명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같은, 얼버무리는 대답만 내놓습니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환경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지구의 절반을 뚝 떼주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환경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지구의 절반을 뚝 떼주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지구의 절반’(사이언스북스)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내놓는 좀 색다른 대답입니다. 말 그대로 ‘하프 어스(Half-Earth)’, 그러니까 지구의 절반을 다른 동식물에게 뚝 떼어주자는 제안입니다. 절반 떼어주자는 게 ‘통 크게 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근거가 있습니다.

인류 등장 이전 멸종률은 연간 100만종당 1~10종 정도입니다. 인류 때문에 이 비율이 1,000배 높아졌는데, 서식지 면적 기준으로 추산해보니 지구의 절반을 떼주면 멸종률의 85%가 상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 동안 설정된 자연보전 구역 크기를 보니 2015년 기준 육지 면적의 15%, 바다면적의 2.8% 정도입니다. 50%는 머나먼 목표이기에 책은 15장 ‘생물권 최고의 장소’에서 나름의 방법론도 내놓습니다.

떼주고 나면, 우린 어떤 이득을 누릴 수 있을까요. 지질학자들은 대개 1억년 단위로 대멸종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우리가 사는 신생대는 6,500만년 전 5번째 대멸종 뒤에 탄생했습니다. 다음 6번째 대멸종 때까지는 3,500만년이 남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지구의 절반과 3,500만년. 정말 빅딜다운 빅딜을, 윌슨은 제안하는 겁니다. 자, 맞바꿀만 합니까?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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