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우리 민족의 전통 무예로 남북이 모두 국기(國技)로 삼고 있다. 하지만 분단 60년 역사에서 남과 북의 태권도는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남한 태권도는 스포츠 성격이 강한데 비해 이종격투기와도 비슷한 북한 태권도는 무도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국제무대에서는 남한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의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갈라져 있다.
▦태권도는 육군 소장 출신의 최홍희씨가 체계화했다는 게 정설이다. 1959년 대한태권도협회를 창립한 데 이어 협회를 중심으로 국제태권도연맹까지 발족시켰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과 불화를 겪던 최씨가 1972년 캐나다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며 연맹의 본거지도 따라 움직였다. 그러자 이듬해 대한태권도협회를 이끌던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세계연맹을 설립하면서 태권도가 갈라졌다. 최씨는 이후 북한과 인연을 맺으며 세력을 확대했고 북한 장웅 IOC 위원 등이 사회주의권으로 국제연맹의 외연을 넓혔다. 이로써 태권도는 국제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분리됐고 기본동작 및 대련 형태 등이 모두 달라졌다.
▦분단의 상징이기도 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을 위해 7일 남쪽으로 내려온다. 북한 태권도 시범공연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시범공연을 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교류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고 경기장까지 내려가 남북한 선수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깜짝 이벤트도 벌였다. 앞서 2015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북한이 시범단을 연속 파견한 것인데, 남북 태권도 사령탑인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와 장웅 IOC 위원의 오랜 인연 덕분이라고 한다.
▦조 총재는 “평창올림픽 시범단도 오래 전부터 남북 간에 협의해 온 문제로 진작에 북한의 동의를 받아놓았다”고 했다. 국제 행사 등에서 만나 가족사까지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허물이 없다는 두 사람은 남북 태권도 통합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조 총재는 평창올림픽을 남북교류 확대의 계기로 삼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추진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에 남북 태권도 훈련센터를 건설하자는 구상도 그중 하나다.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평화를 지향하는 스포츠 교류의 확대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 않겠나 싶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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