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목은 15가지인데, 경기장은 12개다. 어떤 종목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 지붕 여러 가족’ 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릉 컬링 센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 등은 경기장 이름에 종목이 들어가 단박에 알 수 있지만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는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바로 알기 쉽지 않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선 서로 완전히 다른 두 종목,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60X30m 크기 경기장을 같이 사용한다. 5일간은 쇼트트랙 경기 8종류가, 11일간은 피겨스케이팅 5종류 경기가 벌어진다. 이 중 이틀은 일정이 겹쳐 오전에는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다.
문제는 두 종목 경기가 번갈아 가며 열린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배기태 빙질관리담당관은 “같은 장소지만 두 종목 경기장 빙질이 완전히 달라 매일같이 얼음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빠른 속도가 중요한 쇼트트랙의 경우 스케이트날이 파고들지 못하도록 빙판이 단단할수록 좋다. 반면 점프 기술이 많아 ‘꽈당’ 넘어지기 쉬운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상대적으로 얼음이 물러야 한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스핀기술을 구사할 때 빙판에 하얀 얼음 부스러기가 쌓이는 이유다. 얼음 두께도 달라서, 쇼트트랙이 3㎝인 데 비해 피겨스케이팅은 5㎝다. 배 담당관은 “쇼트트랙은 경기 중간에 계속해서 물을 뿌리기 때문에 빙판이 점점 두꺼워진다”면서 “같은 날 열리는 경우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얼음을 얼리는 것보다 깎아내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3형제’는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트랙을 함께 사용한다. 그러나 각 종목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규정한 고도와 높이, 각도가 다른 만큼, 출발선을 다르게 설정해 종목 구분을 한다. 이익주 조직위 봅슬레이ㆍ스켈레톤 종목담당관은 “피니시 라인(결승선)은 모두 같고, 스타트 라인(출발선)은 트랙 길이에 따라 총 3가지”라고 말했다.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스타트하우스-1에는 40m 구간 도움닫기가 필요한 봅슬레이ㆍ스켈레톤 출발지점과, 0.8m 가량 고도가 더 높고 초반 구간이 더 가파른 루지 남자 싱글 출발지점이 있다. 트랙 길이가 1,200m로 가장 짧은 루지 더블과 여자 싱글의 경우 아래쪽에 있는 스타트하우스-2에서 출발한다. 종목마다 얼음 두께도 조금씩 달라서, 세 경기가 하루에 열리는 2월 15일엔 얼음이 상대적으로 두꺼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 먼저 경기를 치른 뒤 얼음을 깎아내 루지 경기를 치른다.
다른 종목 이름을 달고 있는 경기장에 용감히 들어서는 ‘손님’도 있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 스노보드를 신고 입성하는 빅에어 종목이 대표적이다. 평창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빅에어는 하늘 높이 도약해 공중묘기를 선보이는 경기로, 큰 점프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키점프 센터를 이용한다. 이 밖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는 스키ㆍ스노보드 공통 종목인 크로스,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경기가 ‘따로 또 함께’ 열린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