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파장이 거세다. 그의 용기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검찰 내부에서도 지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폐쇄적 검찰 조직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검찰 내부에서는 자신이 겪고 전해 들은 성범죄 사례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술에 취해 키스하려는 일도 있었고 강간미수 사건을 겪기도 했다”고 하고 상관으로부터 “너랑 자고 싶다”는 말을 들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술자리는 물론 사무실에서도 성차별과 성희롱 발언이 일상적이었음을 보여 준다. 서 검사가 첨부문서에 쓴 글에는 성추행 사건 말고도 임관 직후부터 끊임없이 차별과 언어폭력, 성희롱에 시달려 왔던 정황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서 검사는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랫입술을 꾹 깨무는 것뿐이었다”고 했다. 크고 작은 성범죄가 일어나지만 남성 중심적이고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짓눌려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그동안의 현실이었음을 일러 준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성추행 폭로를 불편하게 보는 검찰 일부의 그릇된 반응이다. 서 검사의 글에 대해서는 “8년이 지난 지금 폭로하는 이유가 뭐냐”며 동기를 불순하게 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서 검사 폭로 직후 “오래 전 사건이라 경위 파악이 어렵다” “인사 불이익은 발견 못했다”고 한 첫 해명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일부 읽힌다. 그러니 서 검사의 부당한 인사 발령에 개입한 것으로 지목된 최교일 의원 같은 사람도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31일 대규모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들어갔지만 공정하게 조사할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여검사로는 처음 검사장에 오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을 단장으로 하고 여성 검사와 수사관들을 포함시킨다고는 하지만 내부 조사라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이날 긴급 회의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하고 검찰 내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한 것은 검찰의 진상규명 의지에 대한 불신의 표출인 셈이다.
서 검사의 내부 고발은 제 식구 감싸기, 사건 덮어 버리기 등 자정기능을 상실한 검찰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권에서 공직자비리수사처 추진의 필요성을 확인시키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하는 것도 일리가 없지 않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엄정히 대처할지가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판별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그 엄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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