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동북아국장 시절 한일 위안부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이상덕 주(駐)싱가포르 대사가 대사직을 관두고 29일 급작스럽게 귀임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외교부는 “개인적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사전에 외교부의 귀임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로써 최근 동북아 국장을 역임한 외교관들이 줄줄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징계를 받거나 직책에서 물러나게 돼 외교부 내에선 ‘동북아국의 저주’라는 원색적 말까지 돌고 있다.
외교부는 31일 이 대사가 개인 사정에 따라 귀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들에 따르면 서울로 들어오라는 외교부 지시가 있었으며 조만간 이 대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4월에 공관장 인사를 실시하는데 이 대사만 콕 찍어 강제 귀임시킨 데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일단 이 대사가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일 간 위안부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재인정부가 기존 위안부 합의의 과오를 인정했기 때문에 협상 대표였던 이 대사를 문책하는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 대사의 조기 귀임으로 역대 동북아국장들이 줄줄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는 말도 회자된다. 이 대사 후임으로 지난해 10월까지 동북아국장을 지냈던 정병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외교부 감사관실의 조사를 받고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또 이명박정부에서 동북아국장을 지냈던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2012년 불거진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밀실 체결 논란’ 여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익명의 한 외교부 관료는 “동북아국장 자리가 국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일관계 최전방에 있는 자리라 정치 상황에 따라 휘둘리기도 쉬운 것 같다”며 “이래서야 한일관계와 한중관계를 담당하는 동북아국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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