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동해 직항로 이용
갈마비행장서 내려 코스요리 점심
선수들 1시간 30분간 자유 활강
“설질 좋고 지형 변화 많아 좋다”
北선수단과 훈련 후 1일 귀국
북한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 첫날인 31일 남북 선수들은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 단체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남북 스키선수들이 공동훈련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 6분쯤 우리 스키 선수단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전세기가 북한 영공으로 진입했다. 차호남 기장은 “여러분 지금 막 (북한 영공을) 통과했습니다. 누군가가 앞서 걸었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게 됐습니다.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고 말했다.
낮 12시 넘어 갈마비행장에 내린 이들은 버스를 나눠 타고 마식령스키장으로 향했다. 갈마비행장에서는 리항준 체육성 국장이 이들을 맞았다. 점심 식사는 호텔 2층에서 진행됐다. 19개 요리로 구성된 코스 요리가 나왔다.
이후 선수들은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북측 선수들과 자유 스키를 탔다. 북측은 선수에게 스키복, 모자, 고글, 장갑 등을 한 세트씩 나눠줬다. 남북은 스키복에 부착된 번호표 주위에 김일성ㆍ김정일 초상휘장(배지)이나 태극기를 달지 않고 훈련하기로 합의했다. 스키장 시설은 합격점을 받았다. 박제윤 선수는 “설(雪)질도 좋고, 지형 변화도 많아 훈련하기 좋은 스키장이었다”고 말했다. 홍인기 알파인 스키 감독은 “최근 만들어진 정선 중봉스키장이랑 비교해 봤을 때 비슷하다”고 평했다. 스키장 정상의 200석 규모 편의시설 책임자인 정명씨는 “겨울에 수백명 정도가 하루에 온다. 당일 치기로, 가족 단위로 즐기러 오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마식령호텔에서는 30분에 4.6달러를 내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한 우리 측 대표단은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 각 12명을 포함한 선수단 31명과 지원인력, 공동취재단 등 45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훈련은 대북 전세기 운항이 미국 독자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는 최종 조율이 출발 당일 아침에야 이뤄지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성사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소속 전세기는 오전 10시 43분쯤 양양국제공항에서 이륙, 동쪽 공해 상으로 빠져나가 역 디귿(ㄷ) 형태인 동해 직항로를 이용했다. 약 1시간 10여분이 소요됐다. 우리 국적기가 동해 직항로를 이용한 것은 처음이다.
가까스로 공동훈련 기회를 갖게 된 선수단은 출발 전부터 잔뜩 설렌 모습이었다. 알파인스키 선수 김현수(22ㆍ단국대 4학년)씨는 “안전만 (보장)돼 있다면 (공동훈련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고, 친구들과 함께 가니 안도도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철 알파인스키 코치는 “걱정 반, 기대 반이지만 같이 훈련을 한다는 건 뜻 깊은 일”이라고 밝혔다.
선수단은 다음날 오전 9시 30분부터 북측 선수들과 함께 알파인스키 친선경기와 크로스컨트리 공동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귀환 시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 10명을 포함한 선수단 32명과 함께 전세기에 탑승한다. 선수단은 당초 경의선 육로를 이용 방남할 예정이었다. 양양국제공항 도착 예정 시각은 오후 5시 15분이다.
서울ㆍ양양ㆍ마식령=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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