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하여 작년 12월 22일 중앙선 서원주역과 영동선 강릉역을 연결하는 철도(120.7㎞)가 개통되었다. 서울 청량리역과 서원주역의 기존노선(102.4㎞)을 합하여 경강선(京江線)이라 부른다. 서울 ‘경(京)’ 자가 붙은 철도노선이 6개(경인선,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 경춘선, 경경선=중앙선)에서 하나 더 늘어났다. 경강선에 시속 200㎞ KTX가 달림으로써 청량리~강릉역 소요 시간은 종래 5시간 47분에서 1시간 26분으로 단축된다.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올림픽경기장 부근 진부역까지는 1시간 47분 걸린다. 제 힘으로 디젤기관차에서 고속전동차로 철도혁명을 이룩했으니 대견하다.
한국은 130년 전부터 철도를 건설하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정부의 추진의지가 미약했던 데다 일본 세력에 휘말려 해방 이전까지 스스로는 단 1㎞도 건설하지 못했다. 일제는 철도를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고 지배하는 동맥으로 삼았기 때문에, 노선의 방향은 일본과 대륙을 얼마나 짧게 빨리 연결하느냐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주요 항구와 국경도시가 발착지였고, 서울은 그 결절 지점이었다. 한반도에 동서횡단철도가 거의 없는 것은 지형 탓도 있지만 일제의 남북종단철도 중시정책에서 기인한다. 경강선이 기존 노선을 활용하여 직선은 아니더라도 내륙을 횡단하여 서해와 동해를 연결한 것은 국토와 국민의 통합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일제도 장호원, 여주, 춘천 등까지 뻗은 사설철도를 연장하여 양양, 강릉, 거진 등까지 동서횡단철도를 놓겠다는 구상을 밝힌 적은 있다. 그렇지만 자본모집 등이 여의치 않아 꿈으로만 끝났다. 다만 조선총독부는 경원선(1914년, 용산~원산 222.7㎞), 평원선(1941년, 서포~고원 204.6㎞)을 국유철도로 부설했다. 전자는 경인선(서울~인천 36.8㎞), 후자는 평남선(평양~진남포 55.2㎞)과 접속하여 서해와 동해를 연결했다.
한국은 해방과 더불어 국토와 철도의 분단으로 사람과 물자의 남북왕래가 두절되자 대혼란에 빠졌다. 일제는 주로 북한지역에 전력산업과 중화학공업을 건설했다. 게다가 석탄과 광석 등의 자원도 대부분 북한지역에 분포했다. 한국은 산업과 생활의 곤궁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을 받아, 1947년 말부터 태백산맥에 매장된 자원을 개발하는 영암선(영주~철암 86.4㎞, 나중에 영동선의 뼈대가 된다), 영월선(제천~조동 51.3㎞), 단양선(도담~사평 11.7㎞) 등 이른바 3대 산업철도건설에 착수했다. 곧 이어 ‘산업경제 5개년계획’(1949-53년)을 세우고, 국내산업의 수급균형과 일정수준의 경제자립을 모색했다. ‘경제부흥을 위한 산업개발철도 및 철도망건설계획’도 마련했다(1949.1.1).
한국은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철도건설에 매진했다. 그 결과 1955년 12월 31일 마침내 영암선을 완공했다. 삼척탄전(매장량 3억 톤)을 개발하는 데 꼭 필요한 영암선이 개통됨으로써, 동해안 묵호항을 통해 해로로 에둘러 부산 서울 등지로 운반되던 석탄은 철도를 통해 곧바로 빠르게 공급되었다. 석탄과 전력의 부족에 신음하던 일터와 가정에 숨통이 트였다. 가파른 고개를 넘느라 헐떡거리는 기차소리는 곧 경제부흥을 예고하는 고동이었다.
한국은 1960년대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일제가 중단한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재개하여, 영동선(1963년, 영주~강릉 193.6㎞)과 경전선(1968년, 삼랑진~광주송정 300.6㎞)을 완성했다. 그리하여 태백산 준령을 넘어 경상도와 강원도, 남해안 오지를 누비며 전라도와 경상도가 이어졌다. 두 철도는 남북분단 상황에서 전국을 하나로 묶는 데 기여했다. 그 중에서도 영동선은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영동선은 영암선과 철암선(1940년, 철암~묵호 60.5㎞), 동해북부선(1962년, 묵호~강릉 44.6㎞), 황지본선(1963년, 8.5㎞)을 통합한 노선이다. 영동선은 험준한 태백산맥을 가로질러 내륙종단철도인 중앙선과 지역개발철도인 경북선을 동해안 중심 도시 강릉까지 연결한 장대한 산업철도였다.
영동선부터 경강선까지 70년,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위해 철길에 피땀을 뿌린 역군(役軍)들을 기리며 감사할 따름이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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