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옷을 벗겨 빼앗으면, 우리는 그를 도둑이라고 부릅니다.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힐 수 있는데도 입히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달리 부를 수 있습니까. 그대가 숨겨 둔 그 빵은 굶주린 이들이 먹어야 할 빵이며, 그대의 옷장에 처박아 놓은 옷은 헐벗은 사람이 입어야 할 옷입니다.”
극심한 가뭄이 닥치자 자선시설 ‘바실리아드’를 만들어 가난한 이들을 구제했던 교부(敎父) 바실리우스(330?~379)가 열변을 토한 기록 ‘내 곳간을 헐어 내리라’ 중 일부다.
한국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는 31일 올해부터 2027년까지 10년간 교부들의 실천적 말과 글을 50권으로 정리해 선보이는 ‘그리스도 신앙 원천’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첫걸음으로 1권 바실리우스 편, 2권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편, 3권 키프리아누스 편 3권을 내놨다.
예수와 사도 시대 이후 교부 시대가 열린다. 이들 교부가 남긴 말과 글은 많다. 초창기 교회의 뜨거운 열정과 헌신이 들끓는 기록들이다. 마르틴 루터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원천으로 돌아가자!(Ad fonts!)’라 외쳤을 때 원천이 바로 이들 교부의 말과 글이다.
그리스어ㆍ라틴어에 능통한 신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교부학연구회는 2008년부터 ‘교부들의 성서 주해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21권을 냈고, 2020년까지 10여권 정도 더 낼 예정이다. 연구회는 일반인들을 위해 ‘그리스도 신앙 원천’ 사업을 별도로 기획했다. 교부들 얘기 가운데 어려운 신학적, 교리적 것들은 빼고 일반 신도들이, 심지어 성당이나 교회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조차 쉽게 읽어 볼 수 있는 글들을 골라 소개해 보자고 했다.
번역 작업에 참여한 광주가톨릭대 총장 노성기 신부는 “이 시대 신앙의 가장 큰 위기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서 오고 있다”면서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초기 교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실천적 교훈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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